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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병’을 심층 탐구해보았다

Flyturtle Studio 2017. 10. 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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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병’을 심층 탐구해보았다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을’의 손가락에는 ‘넵‘이 함께 한다. ‘네’는 너무 단호하고 ‘넹’은 장난스러워 보이니 ‘넵’을 써야 한단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카톡 창을 보니 나 또한 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발견하곤 소름이 두 번 돋고 말았다. 물린 적도 없고, 공기로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넵’을 쓰고 있는가!?




서로 넵을 쓰는 경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나는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도 모르지만 모든 을의 대답을 ‘넵’으로 통일시킨 ‘넵병’에 대하여 심층 탐구해보기로 하였다. 멀쩡한 대답인 ‘네’ 를 놔두고 넵을 쓰는 이유를 분석해보니 3가지 정도로 압축이 되었다.


일단 우린 보통 네/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일을 한다. 지시받는 을의 입장이랄까…

사노비와 비슷한 입장이다 보니 ‘예이~’처럼 전통적인 을의 대답을 물려받게 되었다.

그것이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 ‘ㅁ/ㅂ’ 첨가를 거쳐 친근함과 복종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넵’으로 진화하였다.

여기서 ㅁ/ㅂ 첨가 법칙에 대해 알아보겠다. 물론 이건 내 맘대로 지어낸 개소리이다. 그러나 일리가 있는 것 같으니 들어보도록 하자. 다음의 예문을 보자.


사랑해

사랑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욤

그렇구나!

그렇구납!


 보통 2번 문장처럼 ㅁ/ㅂ 첨가가 이루어지면 입을 꾹 다문 상태로 문장이 끝난다. 아래와 같은 표정이 되는 것이다.



엄맘




물론 위 사진은 귀여운 아기이니 귀여운 것이다. 당신이 한다고 귀여워지리란 보장은 없다. 어쨌든 입을 꾹 다물면 볼살이 뿌우 부풀어 오르면서 귀여워 보이려 안간힘을 다한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ㅁ/ㅂ 첨가는 볼살 크리티컬을 유도하면서 귀요미를 시전할 방법인 것이다.


인간이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귀엽기 때문이고(뭐라?) 오물거리는 게 약해 보여서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힘의 우위를 느낄 수도 있기에 귀여운 것을 보고 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우월해지는 느낌이다.


반대로 해석해보면 귀여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나는 당신에게 1도 위협을 주지 못하는 레서판다 같은 존재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그런 귀요미 시전이 오히려 위협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귀요미 시전이 위협적인 예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귀여움’과 ‘복종’의 의미를 담은 ㅁ/ㅂ 첨가를 적용해 ‘네’를 ‘넴’이나 ‘넵’으로 변형해 사용하는 것이다. 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웃통 까고 배만 안 보여줬지 완전 이건 턱 긁히는 수준과 비슷하잖아.



 이렇게 시전된 넵은 다양한 문장부호나 수식어와 결합하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 다음을 통해서 넵의 사용법과 다양한 의미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도록 하자.


 


1. 넵

: 그저 일반적인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무관심해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료나 가까운 팀장급과의 소통에 쓰이는 넵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있으며, 친분이 있으나 위아래가 존재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2. 넵!

: 팀장 이상의 차장, 부장 또는 중요한 클라이언트 등에 쓰이는 넵이다. 느낌표는 충성/단결/필승과 같은 경례 구호처럼 ‘나는 당신의 말을 아주 감도 5 상태로 무사히 입감하였다’는 인상을 준다.



  


3. 네엡

: 보통 이것은 넵-넵-네엡 순서로 쓰인다. 넵만 계속하면 단조로우므로 한 번 정도는 길게 빼주어 리듬감을 살려주는 느낌이다. 3개의 음소로 이루어진 넵과 달리 네엡은 5개의 음소를 쳐야 하므로 거의 2배 가까운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4. 넵~

: 3번의 네엡을 기호로 표현한 예이다. 쉬워 보이지만 무려 특수기호를 누르고 물결을 찾아야 하므로 네엡과 동일한 정성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5. 네?


 : 싸우자는 거다.


 


6. 네!

: 넵병에 감염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느낌표를 붙임으로써 그 예를 다했다. 무난한 방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7. 넵.

: 점의 개수에 따라 크게 의미의 차이가 있다. ‘넵.’은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는 반드시 이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필승의 의지를 표현한다.



  


8. 넵..

: 점이 두 개가 되었을 땐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뭔가 잘못한 것이 있거나, 또는 하기 싫은 일에 휘말렸다는 느낌을 어필한다. 보통 5,000만 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맡아야 하거나 연차가 반려되었다는 통보, 보고서를 다시 써오라는 등의 지시에서 주로 나오는 반응이다.


 


9. 넵…

: 점이 세 개인 경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표현한다. 점점점을 일일이 쳐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유감의 뉘앙스를 드러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1억 이상의 프로젝트나, 대체 휴무일에 출근해야 하거나, 애인과 1주년인데 야근해야 하는 등 심리적 타격이 50% 이상 되는 강력한 데미지에 대한 리액션이다.


 


10. 넵….


 : 점이 네 개 이상부터는 그냥 ‘시발 넌 사람도 아니다.’라는 뉘앙스가 담겨져 있다. 점 4개는 모스부호로 H를 뜻한다. 한글로는 ‘ㅜ’ 를 뜻한다. 그러니까 합쳐보면 ‘후우……’ 정도가 될 것이다. 겨우 참고 있단 뜻이다.


 


11. 넵?

: 5번의 싸우자는 의미와 비슷하지만 조금 순화한 물음이다.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라는 느낌인데 ‘아직까진 너의 반응을 지켜본 뒤 죽탱이를 날려주겠다…’라는 관대한 관용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단계다.


 


12. 넵ㅋ

: 드디어 ㅋ가 나왔다. 뭔가 지시를 하면서 좀 애원한 케이스이다. “미안한데, 이것 좀 내일까지 보내 줄 수 있어?” 등의 지시가 나왔을 때 ‘뭐 귀찮긴 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해줄 수 있다.’라는 너그러운 이타심의 표현이다.



  


13. 넵ㅋㅋ

: 지시자가 뭔가 아재개그 및 다양한 의미로 거부할 수 없는 농담을 던졌을 경우다. “이거 해주는 사람은 킹왕짱 나의 구세주야.”처럼 6년 전 유행어가 동반된 경우랄까. 보통 저 ㅋㅋ는 무표정으로 친다.


 


14. 넵ㅋㅋㅋ

: ㅋ가 3개가 되었을 때는 무려 지판을 6번이나 눌러야 하는데, 이 경우는 모두가 ㅋㅋㅋ 하고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다들 웃는 분위기라면 나도 3개 정도는 쳐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15. 넵ㅋㅋㅋㅋㅋㄱㅋㅋㄱㅋㄱㅋㅋ


 : 짤이 동반된 경우다. 근데 그 짤이 굉장히 웃겨서 현웃이 터진 경우다. 가끔 ‘네ㅂㅋㅋㅋㅋㄱㅋㄱㅋ’ 로 표현되기도 한다. ㅋ 사이에 ㄱ이 섞인 경우가 많다. 또는 ㄱ이 현저하게 많은 경우를 현웃으로 간주할 수 있다.


 


16. 넵ㅎ

: 탐탁지 않은 경우다. ㅋ은 좀 경박해 보여서 ㅎ을 쓴 것이다. ㅋ에서 ㅎ으로 넘어가는 것은 그 관계의 서먹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17. 넵ㅎㅎ

: 13번과 같이 ㅋㅋ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 진중한 느낌을 준다. 평소에 조용한 직원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제스처다.



  


18. 넵 :)

: 저 웃음은 공적인 웃음이다. 그냥 끝내기는 뭐하고 ^^를 쓰자니 아재 같고 ㅋ/ㅎ를 쓰긴 싫으나 공적인 관계의 너와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을 때 쓰는 웃음을 뜻한다. 그러니 호감으로 착각하지 말자.


 


19. 넵^^

: 좀 더 더 공적인 관계다. 예를 들면 후원사와 주관사 정도? 또는 협력업체나 외부업체와의 메일에 주로 쓰인다. 평소에 자주 왕래가 없었거나 말조심을 해야 하는 경우 ㅋ이나 ㅎ보다 ^^ 등을 통해서 ‘나는 당신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필하는데 자칫 아재로 비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20. 넵~~~


 : 알았으니 그만하란 얘기다.


 


21. 넵!!!

: 벌써 몇 번을 얘기하느냐? 란 뜻과 같다.


 


22. 넵ㅜ

: 점점점과 비슷하지만 적극적인 부정의 표시다. 또는 지시된 업무의 종류가 내가 이미 싫다고 어필한 것일 경우가 많다. 특이한 경우로 팀장이 “내가 아파서… 이걸 처리 못 하게 되었는데…” 등의 신파성 사연을 동반하며 업무 지시를 했을 경우 ‘그래 당신이 아프군요 저런…ㅠㅠ’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진짜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23. 넵ㅜㅜ

: 진짜 하기 싫은 것이거나 팀장이 장염에 걸렸다고 했을 경우다.


 


24. 넵ㅠ

: 이것은 개인차가 있다. ㅜ와 ㅠ는 눈물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어차피 무표정으로 치는 거라 별 의미는 없다.


 


24. 네뷰


 : ‘넵ㅠ’를 빨리 치면 이렇게 된다. 보통 지시자가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별 관심 없을 때 무성의하게 치는 경우다. 그러나 ‘네뷰’를 시전한 후엔 바로 정정해서 ‘넵ㅠ’를 두 번 적어주기도 한다.


 


25. 넵넵/네넵

: 네넵과 넵넵은 비슷한 효력이 있다. 네엡과 같이 넵을 여러 번 썼을 때 또는 대화의 마무리에 주로 쓰인다. 보통 이것은 ‘네넵 수고하세요!’ ‘넵넵!’ 등으로 응용해 쓰는 것이 보통이다.


 


26. 넵;;;

: 땀이 등장했다. 넵과 땀의 결합은 ‘이건 뭔 개소리임?’이라는 뜻인데 별 말 같지도 않은 지시를 내렸을 때의 리액션이다. 또는 지시자도 윗사람에게 개소리를 듣고 그것을 전달하는 경우이다. 보통 후자의 경우엔 ‘헐.. 넵;;’이라는 응용 어구로 많이 사용한다.



  


27. 넵+_+

: 특이한 케이스인데, 쓰는 사람만 쓰는 감정표현이다. 뭔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이다. ‘이번 연차는 너가 먼저 쓰도록 해.’라는 등의 행복한 지시를 받았을 때의 성은이 망극한 심리를 드러낸다.


 


28. 넵 ㅇㅅㅇ

: ㅇㅅㅇ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주로 “흠…”의 뜻에 가깝다. ‘하긴 하는데 내가 좋아서 해주는 건 아니다?’의 간접적 표현과 같다.


 


29. 네네네넵


 : 급하다. 진짜로 급하다기보단 급해 보이는 리액션이다. “꼭 오늘 중으로 처리해주셔야 해요!!!”처럼 급해 보이는 요구가 왔으니 나도 함께 다급하게 대답해보자! 라는 심산으로 네네넵 또는 네네네넵을 시전해주는 것이다.


 


30. 넨ㅁ

: 쓰다가 지쳤다.


 


이상으로 다양한 넵의 쓰임새와 의미에 대한 심층탐구를 해보았다.











이게 뭔 헛짓거리인지 모르겠다.





출처 : http://ppss.kr/archives/136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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