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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끌림이 없는 '무성애' 집중탐구

Flyturtle Studio 2013. 9. 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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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이젠 무성애?! 궁금증을 번식하는 '무성애(Asexuality)'를 집중 해부하다.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성적 이끌림이 없는 '무(無)의 세계'를 사는 사람, 바로 그가 '무성애자'의 정의였다.


무성애를 정의하다



개봉 당시 영국에선 하류 영화란 혹평이 쏟아졌지만 신들린 듯한 팀 커리의 연기가 돋보인< 록키 호러 픽처쇼 >의 프랭크 박사야말로 역사상 가장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짙은 메이크업, 펌 헤어, 망사 스타킹, 가터벨트…. 평범한 남자와 다른 트랜스섹슈얼한 스타일로 굳게 닫혀 있던 성(性)문을 과감하게 열어젖혔으니 말이다. 최근 그만큼이나, 인상적인 내용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의사 출신의 대학교수앤서니 보개트(Anthony F. Bogaert)가 쓴< 무성애를 말하다 Understanding Asexuality >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타이틀에 후다닥 본문을 읽어 내려간 결과, '무성애'라 불리는 제4의 성역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성적 이끌림이 없는 '무(無)의 세계'를 사는 사람. 바로 그가 '무성애자'의 정의였다. 작가에 의하면 특별히 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성적 욕구가 거세된 정체성을 보유한 사람을 뜻했다. 벼락을 맞은 듯 머릿속 '성별 구별표'가 흔들거렸다.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 자체가 부재한 사람이라니! 더군다나 멀쩡한 젊은 남녀가 느끼지 못한다는 게 실로 가당한 말인가(흔히 젊은 남자는 7초 간격으로 섹스를 생각한단 속설이 있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의구심에 저자는 실질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가 영국인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2004년 기준) 응답자의 1.05%가 이성 혹은 동성을 향한 섹스에 전혀 '니즈'가 없다고 밝힌 것. 말하자면 전 세계 인구 중 7000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무성애자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타고난 운명의 무성애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호기심에 직접 답을 찾아 나섰다. 맨 먼저 국내 거의 유일한 성의학자나 다름없는강동우박사를 만났다. 그는 전문가 집단에선 무성애가 그다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킨제이 보고서 >에 이어 정신학계에서 인정받은 바 있는마이클 스톰(Michael Storms)의< 섹슈얼리티 축 The Storms Sexuality Axis >에도 무성애가 다른 세 가지 성 정체성(이성애, 양성애, 동성애)과 다를 게 없는 한 갈래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무성애를 진단하는 손쉬운 방법은 스스로 이성에 대한 호감이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이성에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동성을 대입해 볼 수 있겠지. 그마저 느껴지지 않는다면 무성애자로 보는 게 맞다." 학계에서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호르몬을 무성애의 원인으로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즉, 무성애가 유전이란 소리였다. 문득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어느 날 갑자기 성 정체성이 바뀔 수도 있을까? "멀쩡하게 결혼해서 성생활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욕구가 일지 않는다고 무성애자로 변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보단 성욕 저하증, 관계에 대한 두려움 등이 원인일 거다." 마음과마음정신과의송형석원장 역시 정체성은 생각, 취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네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성 또는 동성에 행동하는 모습만으로 성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질이 변화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다만 잘못된 성 정체성으로 살다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진정한 자아를 깨닫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드< 프렌즈 >에 등장했던로스의 전 부인캐럴(레즈비언임을 깨닫고 로스와 이혼, 여자친구와 결혼했다)처럼 말이다. "병원에 오는 환자 중에서 엉뚱한 성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또 이성 혐오증, 이성의 기피로 인한 두려움에 빠져 스스로 무성애자의 탈을 쓰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타고난 무성애자와 확실하게 구별해야 한다." 강동우 박사의 말처럼 전문가의 소견 없이 자가 진단 혹은 자기 합리화에 빠져 무성애로 사는 건 일종의 '병'이다.


뉴턴, 에밀리 브론테가 무성애자?



한편 300쪽에 달하는 앤서니 보개트의 이론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사적으로 무성애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거론한 내용이었다. "숫자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 어떤 것이 아름답겠는가. 나는 성적 쾌락이 정말 싫다." 숫자 외엔 아무것도 관심이 없던 수학자폴 에르디시(Paul Erdos)의 말이다. 앤서니 보개트가 무성애자라 주장한 사람들로는아이작 뉴턴, 에밀리 브론테, 셜록 홈스(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등이 있다. '뉴턴은 독신으로 고독한 인생을 살았고 동정이었을 가능성이 많으며 과학에만 전념한 듯하다. 뉴턴이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성애자일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그가 동성애와 같은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에밀리 브론테도 성관계를 거부하며 살았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아마도 평생 처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 결과나 라이프스타일로 언급한 인물들이 무성애자일 거라 확신하긴 어렵다. 저자 역시 '가능성이 많으며', '해석할 수도 있다'란 표현으로 딱 잘라 말하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


앞서 만난 전문의들은(번역 때문인지) 저자의 논리가 이론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적 정체성이 중간에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불확실한 표현, '더블 인컴-노섹스'인 현 상황과 정반대되는 섹스 과잉의 시대라는 주장 등).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그의 책이 꽤 의미 있다고 여기는 바다. 때때로 통계는 삶을 단순화시킨다. 무성애를 접하기 전엔 세상엔 딱 3개의 성이 존재하는 줄 알고 살았다. 다소 폭력적일 수 있는 구분 방식임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온 셈이다. 생물학적으로 성을 파고 들자면 끝도 없단 깨달음과 함께 무성애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줬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60억 인구에겐 60억 개의 성이 있다!' SF 소설에 나올 법한 소리지만 언젠가 제5의 성이 등장할지 또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인간에겐 저마다의 성 정체성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만 무성애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바다.






http://media.daum.net/life/living/newsview?newsId=201309230845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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