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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자식을 잡아먹는 크라노스>

Flyturtle Studio 2014. 11. 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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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1746-1828)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사투르누스 (Saturnus)는 크로노스의 로마식 이름으로 토성(Saturn)을 의미

 

 

한 괴물이 어린아이를 막 먹어치우고 있는 장면이다.
어린아이의 머리와 오른팔은 이미 잘려나가고 없고, 왼쪽팔이 그의 입에 들어가고 있다
어린아이를 마치 즙을 짜듯이 꽉 움켜지고 있는 행동, 다리를 굽힌 모습

뭔가 급하게 먹고 있고 화가난 듯한 극도의 흥분상태에 놓인 사투르누스라고 짐작이 된다.
사투르누스의 눈을 보면 광끼에 서려있다.
괴물의 잔혹함이 검정배경으로 더 도들아지고 있고, 하얗고 창백한 아이의 신체가 흐르는 피빛에 의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투르누스는 농경의 신이자 시간의 신이다.
사투르누스는 자기에게 태어나는 아이가 자신을 죽일거라는 계시를 받게 된다.
결국 자기 아이들이 태어나자 마자 족족 삼켜서 먹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막내인 제우스가 꾀를 내서 살아남고 신으로서 장성하게 되고 사투르누스가 먹은 아이를 토하게 한다.
제우스자신의 형과 누나를 구하고 사투르누스를 죽인다.

 

이 그림은 스페인 작가들도 좋아하지만 스페인 영화 감독들도 좋아한다

스페인 침략과 정치의 혼란을 몸소 체험을 한 고야가 옛날에 청각을 상실한 후 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은둔을 하면서
인간의 광끼, 공포심, 무지, 잔혹성, 사람에 대한 강한 혐호감이 덮치게 된다.

이런것이 검은 그림을 그리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사투르누스는 이탈리아의 농경신이지만 일반적으로 제우스의 아버지크로노스와 동일시된다. 그리스어로 크로노스이고, <시간>을 상징한다.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으면 족족 잡아먹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러한 속성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의 속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잡아먹은 자식들, 즉 제우스와 그의 6남매를 토해낸 사건은 자식들이 시간을 극복했음을 상징한다. 제우스는 복수를 위해 아버지 사투르누스를 무한지옥에다 가두어 버린다. 사투르누스에서 제우스의 시대로 변화하는 바로 이 때가 황금의 시대가 지나고 은의 시대의 도래라고 본다. 크로노스가 시간이란 뜻인 한편 사투르누스는  ‘씨를 뿌리는 자’라는 뜻이어서, 풍요와 평화를 상징하던 황금의 시대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투르누스의 축제를 사투르날리아(Sturnlia)라고 하여, 12월 17일에서 19일까지 열었으나 나중에는 23일까지 연장하여 7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씨를 뿌리고 그 씨앗의 발아성장과 그 해의 풍작을 비는 제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 문헌상에 나타난 사투르날리아는 로마시(市) 전체가 축제 기분에 젖어 떠들썩한 날로, 이 날은 모든 공공업무도 쉬고 전체 시민이 환락으로 밤과 낮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 축제의 원형이 아닌가 보기도 한다. 또한 그의 이름은 행성의 이름(Saturn:토성)과 요일의 이름(Saturday:토요일)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고야의 그림은 감정을 들끓게 하는 거친 필치와 대담한 감정이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특징을 가장 냉정하고 차분히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특징이 있다. 처음 고야의 그림은 고흐의 그림과 같이 나에게 여겨졌으나, 내가 그림의 형식(터치나 색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흐의 그림은 바라볼수록 뜨겁고 거친 감정에 휩싸이지만 고야는 자신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대상에도 현혹되지 않는다. 그의 그림에 숭배와 찬미, 혹은 격렬한 분노는 없다. 그는 대상을 냉정히 관찰할 뿐이다. 고야의 가장 유명한 작품 <5월3일>에서도 처형당하는 자, 처형하는 자 사이에 선악의 구분과 분노의 감정은 없어보인다. 얼핏보면 처형당하는 자에 대한 연민과 집행자의 잔혹함을 폭로하는 듯하지만 계속 보면 그렇지 않다.그들은 똑같이 역사의 희생물일 뿐이며, 예수와 같이 팔을 치켜든 영웅에게서는 신적인 초월이라기보다는 인간적 희생이 느껴지고 집행자들의 나란히 돌린 구부정한 등에서는 습관이 낳은 씁쓸한 감정이 날 아프게 한다.


이 작품도 그렇다. 무시무시한 터치와 색감, 그리고 주제에도 불구하고 난 잠시 코믹했다. 있는 사실인 것처럼 담담히 아버지가 아들을 잡아먹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것을 보면서 반인륜이니, 사회가 어쩌고 당시의 시대상이 어쩌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는 사람은 그림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표현의 재치와 적나라함에 그냥 유쾌해 하면 된다.

 

 

 

'사투르누스=사투르노(Saturn)'는 고대 로마의 농경신으로, 그리스 식으론 '크로노스'라 칭한다. 신화에 나오는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이 자기 왕위를 위협할 거란 예언을 듣고서, 하늘의 지배권을 빼앗길까 두려워 다섯 명의 어린 자식들을 차례차례 먹어서 죽여 버린다. 신화 속 이야기를 재현한 이 그림은 그 뿐 아니라 '인간성의 타락, 신구 세대 간의 갈등, 인간의 탐욕에 관한 것'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가 쓴 『신통기(Theogoni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계보를 1000여행의 짤막한 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종의 족보문학이다. 이 책은 최고의 신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제치고 최고 권좌의 지위에 오른 스토리를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전한다.

 

태초의 혼돈(Chaos)으로부터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가 태어났다. 가이아는 그리스어로 ‘대지’를 뜻한다. 가이아는 수면 상태에서 홀로 아들을 잉태하여 천공신(天空神) 우라노스(Uranus: 그리스어로 ‘하늘’을 의미)를 낳았다. 우라노스는 올림포스 산꼭대기에 올라가 잠자는 대지의 어머니 가이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비를 뿌리기 시각하자 대지에서 풀과 꽃과 나무, 온갖 새와 동물들이 생겨났다. 태초의 혼돈(Chaos)으로부터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가 태어났다. 가이아는 그리스어로 ‘대지’를 뜻한다. 가이아는 수면 상태에서 홀로 아들을 잉태하여 천공신(天空神) 우라노스(Uranus)를 낳았다. 우라노스는 그리스어로 ‘하늘’을 뜻한다.

 

부부가 된 가이나와 우라노스는 12명의 생명을 잉태시켰다. 우라노스는 성질이 못되어 자식들이 반항한다는 이유로 모두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감금했다. 이에 분통이 터진 가이아가 타르타로스에 감금된 자식들에게 우라노스를 제거하라고 시켰다. 막내아들인 크로노스(Cronos)는 평소처럼 우라노스가 가이아에게 덤벼들자 우나노스의 페니스를 잘라 버렸다. (바다에 떨어진 그의 페니스에서 인 거품을 통해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자 우라노스가 “머지않아 너도 네 자식에게 쫓겨나리라. 네 아들은 너를 왕자에서 쫓아 낼 것이다.”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때부터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저주로 인해 늘 불안해하며 큰 낫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불안함을 어찌하지 못하고 누이이면서 아내인 레아(Rhea)가 낯은 다섯 아기를 모두 삼켜 버렸다.

 

 

 시간이란 모든 것의 시작을 나타내는 동시에 모든 것의 끝을 나타낸다. 크로노스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모조리 삼켜버린 행위에 아주 오묘한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 있다. 즉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킨다는 것은 시간이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는 의미이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자를 때 쓴 `낫'에 이 신의 신격(神格)을 푸는 열쇠가 숨어 있다. 크로노스의 이름, `시간'을 뜻하는 영어의 연결형 `크로노(chrono)'는 같은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크로노스(Khronos)에서 유래한다. 크로노는 영어의 `연표(chronology)' `연대기(chronicle)' `초정밀 시계(chronometer)'같은 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크로노스는 낫과 모래시계를 든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것들을 소멸시키는 시간의 속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자식을 모두 잃은 레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고” 결국 크로노스 몰레 제우스를 낳게 된다. 레아는 제우스 대신 큰 돌덩이 하나를 포대기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줬고, 크로노스는 그것을 두손으로 잡고 비정하게도 자신의 뱃속에 집어넣었다. 다섯 자식을 전부 잃은 레아는 여섯번째 아기(제우스)를 살리기 위해 크로노스 몰래 크레타 섬으로 가서 출산한 다음 굴 속에 숨겨 두고 크로노스에게는 포대기로 감싼 돌덩이를 넘겨 주었다. 크로노스가 그 돌 덩어리도 한 입에 삼켜 버렸다.

 제우스는 메티스와 결혼하고, 메티스가 준 약을 크로노스에게 먹여서 그가 감켰던 아이들을 모두 토하게 하였다. 이들과 합세해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갇히게 한다. 타르타로스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시간만이 흐르는 곳이다. 크로노스는 시간, 즉 세월을 뜻한다. 결국 아버지 몰래 장성한 제우스에게 크로노스는 패하게 되고 자기 자식들을 도로 게워내게 됐다. 이처럼 위대한 신들의 계보학에 등장하는 초기 주인공이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 엽기행각이 신화에 포함된 것을 설명하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학자들이 머리를 싸메고 고민했다고 한다.

오비디우스가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tempus edax rerum)”라고 말한 것처럼 자식을 잡아먹는 잔인성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시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크로노스(Kronos)가 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크로노스(Chronos)와 발음상 유사점을 들어 ‘시간앞에 장사없고’,‘모든 만물은 결국 죽는다’는 시간의 ‘죽임행위’를 크로노스의 ‘먹어치움’을 이해하는 핵심요소로 봤다고 한다.자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중세 이후부턴) 머리에서부터 검은 망토를 쓰고 손에 큰 낫을 든 것으로 묘사됐던 크로노스는 이런 이유에서 시간의 신이자 자연스레 파괴와 창조의 신의 대접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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