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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닭 농장 주인 김씨의 꿈과 좌절

Flyturtle Studio 2013. 2.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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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새대가리니 닭대가리니 하여, 지능이 낮다는 뜻으로 쓰는데, 과연 닭의 머리가 나쁠까?"


도올 김용옥은 한해 동안 서울 자신의 집에서 닭을 기르며 쓴 일기책 <계림수필>(2009)에서 일반인들의 닭에 대한 상식을 뒤집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닭의 지능이 낮다는 생각은 순전히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인간은 상징성이나 기억능력을 중심으로 자기의 지능과 가까우면 머리가 좋다, 그렇지 않은 것을 머리가 나쁘다고 한다. 개에 대해 영리하다는 평가와 함께 애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들이 인간을 닮아 인간의 말을 잘 듣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닭은 행동 패턴이 인간화되어 있지 않아 성급하고 아둔해 보인다. 개를 키울 때는 조금 못난 아이를 키우는 것 같아 거기서 배울 것이 없는 반면 닭은 인간화되어 있지 않기에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즉, 닭이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며 천리에 따라 살기 때문에 그것의 삶에서 천지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요지다.


애완닭을 키워 신선한 알을 자급하고, 생명의 탄생과 성장에서 비롯하는 자연의 이치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애완닭을 키우는 이병국(46·충남 아산)씨는 얼마 전 병아리 6마리를 부화했는데, 알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게 신기하고,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어 거느리는 모양이 보기 좋더라고 했다. 그는 조경업을 하는 틈틈이 6평짜리 닭장을 만들어주고 커가는 모습을 매일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상철(51·경기도 고양시 일산)씨는 직장인 파주의 가전제품 조립공장 구석에서 병아리 14마리를 키운다. 아파트인 집에서는 아내 눈치에, 이웃 눈치에 기를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는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봄이 오면 공장 마당에 계사를 지어 병아리들을 옮길 것이다. 자라면 신선란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형편이 닿으면 앞으로 2~3종을 더 늘릴 생각이다.


닭 키우는 이들은 대부분 마당 있는 집 사람들. 대개는 농촌이거나 도시 근교에 살아 공간 제약이 없으며 도시에서는 적어도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거주한다. 가끔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이용해 한두마리씩 키우는 이가 있으나 닭이 자라면 공간이 비좁아져 고민이다. 마당이 있다 해도 이웃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을 내면 처분해야 하는 지경이 된다. 도올도 이웃 주민이 닭 울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투서를 해 시끄럽게 우는 놈을 방음방으로 옮겨 가두기도 하고 결국에는 시골로 보냈다고 한다.


예부터 닭 울음소리는 마을이 있다는 표지였다. 산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닭 울음소리로 인가를 찾아간다는 게 설화의 단골 모티브다. 또 닭은 새벽에 우는 시각이 일정하여 시골에서는 닭 울음소리를 자명종 삼았다. 도올은 '메시'라는 이름의 수컷이 한달 동안 정확하게 5시20분에 울어 잠을 깨우더라고 했다. 하지만 도시인에게 새벽 5시는 한밤중이다. 특별한 직업군 외에 해 뜨기 전 서둘러 해야 할 일이 없다. 닭은 농경사회에 적합한 가금이란 얘기다.


"닭은 주인하고 눈을 맞출 줄 몰라요. 먹이 줄 때를 빼고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해요. 그래서 강아지처럼 주인한테 충성하지도 않아요. 자라면 덩치가 커져서 좁은 공간에서 키울 수 없고, 금세 개체수가 불어나 넓은 장소를 차지하죠. 똥오줌을 못 가려 자주 청소를 하지 않으면 벌레가 끓어요."


비쌀 때는 인기품종

한쌍에 700만원까지

소규모 생산자 늘면서

씨암탉 값 뚝 떨어져


강화알농장(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옥림리) 주인 김한조(58)씨는 닭의 장점이 뭐냐는 물음에 "꿩 먹고 알 먹고"라는 한마디 말로 줄이고 대신 여러가지 단점을 들었다. 김씨한테도 이태 전 닭값, 알값이 '똥값'이 되기 전까지 닭은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비쌀 때는 신품종 한쌍에 700만원 주고 사들였어요. 100만원 이하는 드물었지요. 병아리도 한쌍에 30만원 했고 알도 15만원씩 했어요."


김씨는 8년 전 그가 운영하던 대학가 당구장 세곳을 정리해 3억원을 들여 강화도에 터를 잡았다. 미국 뉴욕 플러싱에서 야채상을 하다 한국에 빈손으로 돌아온 그가 당구장으로 자본을 모은 뒤 유망해 보이는 애완닭으로 갈아탄 것이다.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 닭을 외국에서 들여와 교잡을 통해 청란(푸른색 알)을 낳는 회색, 백색, 흑색의 닭 세 종류를 만들어냈다. 청란계는 애완용은 물론 알이 당뇨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알 하나에 5천원씩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해 연매출 2억원까지 올렸다. 2010년에는 방송사에서 창의적인 일인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농장에는 도둑이 끓었다. 알을 품는 암탉을 둥지째 훔쳐가기도 했다. 그한테서 유정란을 사간 이들은 인공부화해 큰 닭으로 키워 독자적으로 알을 받아 팔았다. 소규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달걀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100만원 하던 씨암탉 값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비쌀 때 줄을 서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언젠가 꺾일 거라고 예측했지만 1년 만에 바닥을 칠 줄은 몰랐죠. 다음 소득원으로 왕관앵무를 지목해 개체수를 늘리고 있었는데, 닭값이 떨어지면서 사료값을 대기 위해 그마저 팔아야 했어요. 한해만 유예됐더라면 사정이 달라졌을 텐데…."


김씨는 몇 개의 카드를 돌려막다 지난해 4월 그예 신용불량자가 됐다. 주인의 의욕이 사라지자 깔끔하던 닭장도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김씨의 부침은 애완닭이 관상용 동물인 동시에 투자와 생산이 가능한 상품인 특성에서 비롯한 것. 본업 외의 부업 또는 늘그막 소일거리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김씨는 실제 알을 사간 사람들 대부분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7천만원 빚을 털고 먹거리를 자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3일 만난 김씨 부부는 날이 풀리는 대로 계사 5개 동 가운데 2개 동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약초를 심을 참이라고 했다. 부부는 지난해 계사 뒤 빈자리에 씨앗을 뿌려 시험재배에 성공한 터다. 김씨 부부는 이태 뒤에 와보면 달라져 있을 거라고 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3022110301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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