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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선 야마사키코리아 사장

Flyturtle Studio 2013. 9. 3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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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선(洪泰宣·) 야마사키코리아 사장]



1. 약력


1964년생. 

83년 미 크랜브룩고 졸업. 

87년 오벌린칼리지 의예과 졸업. 

90년 허버트 뉴먼 어소시에이츠 디자이너. 

91년 이탈리아 시라큐스대 플로렌스센터 수료. 

92년 예일대 건축대학원 졸업. 

93년 야마사키 어소시에이츠 시니어 디자이너. 

96년 야마사키 어소시에이츠 파트너 겸 부사장. 

2000년 ECO건축사사무소 창립(현 야마사키코리아 건축사사무소). 야마사키 어소시에이츠 수석부사장

2004년 야마사키코리아 사장




2. 일대기


세계적인 설계 회사인 야마사키에 1992년 이 회사 수석디자이너로 입사해 3년 만에 부사장이 된 그야말로 ‘금의환향’한 건축가다. 그는 의예과를 졸업한데다 음악, 미술, 요리 못하는 게 없는 건축가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홍태선은 많은 이민2세가 그렇듯 홍사장도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대주였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크랜브룩고등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뒤 오벌린칼리지 의예과를 졸업했다. 난데없이 의사 대신 건축가의 길을 선택한 홍사장은 부모님께는 “(사실은 합격했지만) 의사면허시험에서 불합격했다”고 말해뒀다.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도 의학과 피아노를 복수전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선택했다. 비록 힘에 부쳐 의예과를 전공으로, 피아노와 회화는 부전공으로 마치기는 했지만.


그는 대학 때 병원 실습과정에서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도저히 피는 못 보겠더라는 것. 그러다 “미술에 재능이 있으니 건축을 해보라”는 미술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하버드대 건축 관련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이후 예일대 건축대학원에 진학했고 처음의 전공인 의학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건축가의 매력은 항상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점”이라는 홍사장은 “도전정신이 강한 내 성격에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학부 시절에 전공을 네 번이나 바꾸고 예일대 대학원 시절에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까지 배운 그의 인생은 새로움 그 자체다.


일단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쾌속선을 탄 셈이었다. 92년도에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팔로스 홍이라는 회사의 파트너로 들어간 홍사장은 6개월 뒤 메이저 건축회사 야마사키의 ‘러브콜’을 받았다. 겨우 28살 때였다. “내 회사를 하는 게 편하기는 해도 큰 회사에 들어가면 더 큰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3년 내에 파트너가 되자’는 목표를 갖고 수석디자이너로 입사했습니다.”


파트너가 되려면 건축사자격증과 수주능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일단 건축사자격증을 딴 뒤 한국과 중국 등지에 회사소개서를 보냈다. 그렇게 인맥을 넓혀가며 큰 수주를 몇 건 하게 됐고 93년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다 2000년에는 자비로 한국사무소를 차렸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본사 지분 80%와 한국 지사 지분 100%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의 희망대로 3년 만에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3. 야마사키란


야마사키는 일본계 2세 미국인 건축가 야마사키 미노루가 설립한 회사로 미시간주 트로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금은 9ㆍ11테러로 모습을 감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쌍둥이 빌딩을 설계한 세계적인 회사다. 세계무역센터는 야마사키가 미국의 건축회사 로스 에머리 앤 손즈(Roth Emory & Sons)와 협력해 시애틀에 있는 IBM 빌딩의 단순미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하였다. 이후  세계무역센터는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졌고 자신의 작품이 인류 최악의 테러 대상이 됐으니 그는 건축 역사상 가장 불행한 건축가였음에 틀림없다. 또한 그는 자신의 출세작인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지어진 ‘프루이트 아이고’라는 아파트 단지가 훗날 범죄의 온상이 되어 1972년 폭파 철거되는 역사를 마주해야 했다.





4. 철학


홍사장은 그래서 지금도 대인관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설계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어찌 보면 건축가는 제한된 예산으로 수익성 있는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다. 


그가 건축가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객사뿐만 아니라 구조기술사, 설비기술사, 조명기술사 등 수십명의 인원을 잘 조화시켜야 훌륭한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그는 건축이 기술보다는 ‘통통 튀는’ 감성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요즘은 여성 전용 시설이 인기 있는 것처럼 튀는 아이디어 없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건축예술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헤이리더스텝(The Step)’ 같은 사례가 이런 감성 지향의 아이디어에서 빚어진 산물이다. 연면적 1만2,600평의 헤이리더스텝에는 갤러리, 공연장 등 문화시설과 와인숍, 기념품가게 등 상업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좋은 건축은 예술성과 상업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그의 말이 딱 들어맞는 장소인 셈이다.


그는 이처럼 아이디어를 중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건축물이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건축회사 야마사키의 모토 역시 ‘타임리스’(Timeless), 즉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건축물을 만드는 일이다. “건축물은 미술품과는 다릅니다. 항상 작가의 의도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죠.”


그가 대규모의 공사뿐만 아니라 쇼핑몰, 뷰티살롱 같은 소규모 공사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그도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변함없는 건축물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지나치게 심플한 디자인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50세는 넘어야 정말 제대로 된 건축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반은 미국에서 반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홍사장은 서울을 사업의 교두보로 잡은 이유에 대해 “잠재력이 큰 곳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축, 인테리어에 감각이 뛰어난 인재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 변화속도가 빨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에도 잘 맞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한국의 많은 인재가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의 전반적인 건축 수준을 올려놓겠다는 야무진 꿈도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는 자신의 명성보다는 좋은 음악을 남기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건축설계를 축으로 삼아 새로운 형식의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후학을 키우는 데도 관심이 많다. 좋은 음악을 남기듯 좋은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미다.“야마사키가 건축이 아닌 디자인을 칭하는 대명사, 그리고 오래가고 신선한 아이디어의 전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그의 말을 듣는 데 숨이 헉헉 차올랐다. 1시간30분이나 일이야기를 들었지만 앞으로도 몇 시간은 더 들어야 경력을 간신히 훑어볼 참인 까닭이다. 이쯤에서 더 많은 건축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둔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로 인해 서울에서 더 많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게 곧 그의 이런 생각을 대변하는 일이기에. 





5. 세계무역센터 빌딩


홍 수석부사장은 현재 건축주와 재건축 문제를 협의중이며 우리 회사가 다시 건물의 설계를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붕괴현장의 정리가 끝나지 않아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더 높고 아름다우며 ‘똑똑한’ 빌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의 강도도 당시 건축 기준보다 훨씬 강하게 지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60년대 주력 항공기종인 보잉 707기가 충돌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않게 설계됐다는 것. 이번 테러에 사용된 767기는 707기보다 덩치가 커서 연료를 많이 싣고 있었고 속도가 훨씬 빨라 충격도 컸다고 그는 전했다. "회사의 대표작품이었던 건물이 끔찍한 테러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훨씬 더 훌륭한 빌딩을 짓는 것이 테러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은 전보다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거듭날 것입니다.” 홍 수석부사장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너무 높아 삭막해 보인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간과 효율성을 동시에 배려할 목적으로 설계된건물이었다”고 말했다. 건물의 고도를 올리는 대신 나머지 부지를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정원으로 꾸밀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






6. 작품

 서울 여의도 리첸시아, 잠실 아크로빌, 경기 분당 파크뷰와 판테온, 일산 쉐르빌 등 고급 아파트와 경기도청, 문화방송 일산 스튜디오 등이 MYA사 국내 법인의 작품이다.



압구정동 세컨드호텔 사옥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빠져 나와 도산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면 회색 빛으로 물든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삼각형 모양의 대지 위에 자리잡은 이 건물은 도로면과 접하는 두개의 면이 콘크리트로 치장된 채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중앙 입구에는 투명 유리로 마감돼 있어 누구나 지나면서 한번쯤 눈여겨 보게 된다. 인테리어회사인 세컨드호텔의 사옥이다. 지하1~지상3층 건물로 구성된 이 건물은 내부를 모두 인테리어 관련 자재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지하 1층의 한정된 주차공간 이외의 모든 공간은 사실상 전시공간인 셈이다.


홍태선 ㈜야마사키코리아 대표는 “건축주는 설계를 의뢰할 당시 부지와 건물이 일체화되는 수준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설계해달라’고 주문했었다”며 “하지만 한정된 공간 그리고 삼각형 모양의 부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건물을 설계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건물 전면을 투명 유리로 시공해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을 전해주면서 도로와 마주한 면을 회색 빛 콘크리트로 설계하면서 출발한다.


입구의 시원한 유리는 건물 상층부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공간이 넓어진다. 결국 건물로 진입하는 빛과 건물의 무게 중심이 1층으로 향하면서 사람들을 맞게 된다. 상업적 목적을 띤 건물의 특성을 알리면서 하나의 작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치밀한 설계의 노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건물 외벽은 두부를 연상시키는 밋밋한 콘크리트다. 하지만 차별화 된 벽면을 위해 속도감 있는 스트립 문양을 음각해 지루한 느낌을 배제하기 위한 흔적도 남겼다. 특히 담쟁이 덩굴이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 건물 전체를 감싸 안도록 해 도로 한복판에 녹색 건물의 탄생을 예고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홍태선 대표는 “건물 자체를 피라미드 형태로 설계한 것은 삼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진 건물 부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해법”이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공간이 작아지는 피라미드 형태 건물은 건물 전체의 개방감을 높여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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