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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파리가 꿀벌 집단 붕괴 불렀나

Flyturtle Studio 2012. 1. 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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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cotopia.hani.co.kr/39597


꿀벌 뱃속에 알 낳아, 벌통 포기 유도 드러나
북미 원산의 소형 기생 파리, 세계로 번지면 재앙 우려





▲꿀벌 배위에서 산란을 하고 있는 기생 파리(왼쪽 작은 개체). 사진=크리스토퍼 쿠오크.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꿀벌 집단 붕괴 사태의 새로운 원인으로 기생 파리가 지목돼 눈길을 끈다.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학계에선 진드기, 바이러스, 곰팡이 또는 이들의 조합을 꼽아 왔다. 하지만 일벌이 벌통을 버리고 떠나는 꿀벌 집단 붕괴의 독특한 행동은 이제까지 수수께끼로 남았다.
 

그러나 존 해퍼니크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생물학과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벼룩파릿과의 아주 작은 기생성 파리가 꿀벌 집단 붕괴의 한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최근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북아메리카 고유종인 기생 파리(학명 아포세팔라루스 보레알리스)가 꿀벌 집단을 광범하게 감염시키고 있으며 밤중에 둥지를 떠나 죽는 행동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벼룩파릿과의 기생 파리 모습. 사진=존 해퍼니크.

 

이 기생 파리는 뒤영벌이나 쌍살벌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꿀벌을 숙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벌통을 조사한 결과 77%가 이 기생 파리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퍼니크 교수는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꿀벌은 세계에서 가장 잘 연구된 곤충의 하나”라며 “기생 파리가 꿀벌의 오랜 기생자였다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어야 했다”며 이번 발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험실에서 이 파리와 꿀벌을 함께 넣어두면, 기생 파리는 곧바로 꿀벌의 배 위에 앉아 2~4초 안에 산란관을 삽입해 알을 낳는다고 논문은 밝혔다. 감염된 꿀벌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한밤중에 벌통을 떠나 빛을 향해 날아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기생 파리의 알은 1주일 뒤 깨어나 꿀벌의 목에서 최고 13마리까지 꾸물꾸물 기어나온다.
 



▲꿀벌의 목 부위에서 기어나오는 기생 파리의 애벌레. 사진=존 해퍼니크.

 

이 연구는 꿀벌 집단 붕괴에서 드러나는 벌통을 포기하는 독특한 행동이 기생 파리에 의해 빚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한밤중에 둥지를 떠나는 꿀벌의 행동을 기생 파리가 유도한 것인지, 아니면 동료 꿀벌에게 전염시킬 위험을 줄여 주기 위한 감염 꿀벌의 이타적인 행동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논문은 밝혔다.
 

또 기생 파리에 감염된 벌통에서는 다른 기생충과 바이러스가 함께 검출돼 기생 파리가 이들의 전파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생 파리는 뒤영벌보다 집단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1년 내내 활동하는 꿀벌을 숙주로 삼은 덕분에 크게 번창하게 됐다. 게다가 상업적 양봉이 밀집 형태로 이뤄져 이미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발견되는 기생 파리의 감염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무엇보다 북아메리카 고유종인 이 기생 파리가 다른 대륙으로 건너간다면 세계적인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이 논문은 경고했다. “애초 이 기생 파리가 없던 곳에서 꿀벌은 더욱 쉽게 숙주가 될 것이고 새로운 숙주가 생겨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과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재래 꿀벌 유충에 악성 바이러스가 발생해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고사하는 낭충봉아부패병이 번져 한봉 농가의 90%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Core A, Runckel C, Ivers J, Quock C, Siapno T, et al. (2012) A New Threat to Honey Bees, the Parasitic Phorid Fly Apocephalus borealis. PLoS ONE 7(1): e29639. doi:10.1371/journal.pone.002963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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