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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700' 호날두가 ‘축구사’에 남긴 것

Flyturtle Studio 2017. 2. 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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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통산 700경기에 도달한 호날두. 그는 축구 역사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했다.


[한준의 티키티카] 스페인 시간으로 지난 2월 15일 레알마드리드와 나폴리의 UEFA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프로 통산 700번째 경기였다. 그가 세운 수  많은 경이로운 기록들과 비교하면 아주 주목할 만한 기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 기록이다.


호날두는 2002-03시즌에 스포르팅리스본B 소속으로 포르투갈 2부리그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해당 시즌에 곧바로 1군 팀으로 올라가 포르투갈 1부리그에서 25경기를 뛰었다. 이때 호날두의 나이는 만 17세. 2003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여섯 시즌을 보냈고, 2009년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여덟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호날두는 프로 15년차 선수다. 올해로 만 32세.


호날두가 이룩한 700경기 출전 기록은, 15년간 매년 평균 46경기를 치렀다는 이야기다. 136회에 달하는 A매치 출전 기록을 더하면 연간 평균 출전 경기 숫자가 55회에 달한다. 그의 프로 경력에 부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꾸준했으며, 자기 관리가 탁월했다는 뜻이다.


호날두가 그저 오래, 많이 뛰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호날두는 이 700경기에서 통산 508골 177도움을 올리며 무려 685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긴 시간 많은 경기를 뛰면서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출전 기록 면에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들을 뛰어넘는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프로 초기인 스포르팅CP 시절의 기록으로 인해 경기당 1개의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맨유에서 292경기에서 179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고, 전성기를 맞은 레알마드리드에서는 377경기에서 494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385골)으로만 따져도 경기당 한 골이 넘는다.




▦ 호날두의 길은 왜 메시와 달랐나


세계 최고의 선수를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 가운데, 메시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형이고, 호날두는 노력과 훈련으로 만들어진 선수라는 의견이 있다. 세밀함이라는 측면에서 메시가 더 특화된 선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둘의 진화 방향이 달라진 환경적 배경을 짚어야 한다.


호날두의 유소년 시절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 역시 발재간이 뛰어나며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의 혼을 빼놓는 천재였다. 스포르팅 유소년 선수 시절 호날두의 별명은 ‘벌’이었다. 벌처럼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수비를 무너트리고 득점했다. 메시가 ‘벼룩’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과 비슷하다. 이때 호날두 역시 작고 왜소한 체구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와 호날두 경기 스타일 사이의 차이가 발생한 첫 번째 이유는 피지컬이다. 메시의 키가 169센티미터까지 자라는 데 그친 반면, 호날두는 185센티미터까지 컸다. 몸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고, 다리길이도 달라지면서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메시가 낮은 무게 중심을 바탕으로 몸 싸움을 피하고 공간 사이로 빠져드는 돌파에 주력했다면, 호날두는 힘 있게 공간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 먼 거리에서도 강하게 슈팅을 시도하는 시원시원한 방식이 더 적합했다.


거친 태클과 몸싸움, 빠른 템포의 EPL이 호날두의 진화 과정을 바꿔놓았다.


또 하나의 결정적 변수는 활동 무대였다. 메시는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FC바르셀로나에서만 프로 생활을 했다. 스페인 라리가는 볼 소유를 중시한다. 패스 플레이와 지공 상황에서 공간을 만드는 경기 방식이 많다.


호날두는 스무살이 되기 전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템포가 빠르고, 몸싸움이 격하며, 태클도 더 과감하게 들어온다. 더 빠르고 간결하게 공을 처리해야하고, 역습과 속공 과정에 치고 달리는 상황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메시가 좁은 공간에서 더 세밀한 플레이를 하는 데 골몰해야 했다면, 호날두는 피지컬 능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었다. 메시가 호나우지뉴와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같은 선수들의 곁에서 테크닉과 시야, 경기 조율 등의 덕목을 흡수했다면, 호날두는 솔 켐벨 같은 수비수를 상대하고, 디디에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 능력을 향상 시키고, 격렬한 경합 상황에서도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키워야 했다.


메시 역시 프로 경력을 거치며 두터운 가슴과 단단한 피지컬을 갖췄지만, 호날두와 비할 바는 아니다. 호날두에 피지컬이 열세인 선수는 비단 메시뿐만이 아니다. 맨유 데뷔 시즌과 레알 입성 시즌, 그리고 레알 입성 후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호날두는 계속해서 근육을 키워왔고, 그의 운동 능력은 축구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 경이로운 신체 능력, 노력과 재능의 결합


호날두를 가까이서 만나보면 군살이 거의 없다. 얼굴과 목 등 옷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 살펴보면 말랐다는 인상까지 준다. 체지방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가슴둘레가 109.22cm에 달하고, 허벅지 둘레는 62.23cm에 이른다. 이는 25인치 가량으로 성인 여성의 허리 사이즈에 가까운 수치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복근운동만 하루에 3,000회 가량을 실시할 정도로 피트니스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호날두의 신체 능력은 분명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호날두는 최고 스프린트 속도가 33km/h에 달하고, 이런 스프린트를 빈번하게 시도하면서도 경기당 9km 가량을 뛰며, 헤딩 슈팅을 위해 점프할 때 제자리에서 최대 78센티미터까지 뛰어오른 기록을 남겼다. 슈팅 스피드 역시 102km/h를 쉽게 기록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뛰어나야 하지만, 괴물 같은 피지컬에 기반을 두어 낼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그가 축구적으로 이룬 성취가 오직 그의 신체 능력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가진 축구 재능이 피지컬과 결합되어 나온 결과물이다.


호날두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피지컬을 갖춘 선수다.


호날두와 메시 모두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기술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측면 공격수로 시작했다. 둘 모두 빼어난 득점 능력을 통해 중앙 영역으로 들어왔는데, 메시가 가짜 9번의 역할로 2선 지역을 넘나들었다면, 호날두는 탁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진짜 9번에 가까운 역할로 변했다. 문전에 머무르기보다 폭 넓은 움직임을 통해 수비를 현혹하고 득점 기회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이동 경로 등 디테일 측면에서 다른 것이다.


호날두가 근래 더욱 중앙 지향적인 선수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유로2016 대회에서는 아예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기용됐고, 2016-17시즌 레알에서도 지네딘 지단 감독이 카림 벤제마와 함께 투톱에 가깝게 기용하고 있다. 이는 호날두가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때 세밀함과 폭발력이 이전보다 떨어지면서 찾아온 변화다.


▦ 부상이 부른 경기력 하락, 극복을 위한 도전


호날두의 신체 능력이 떨어진 이유는 부상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 허벅지 부상을 입었고, 완치되지 못한 가운데 포르투갈 대표로 출전을 강행했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로 빛이 바랬지만, 호날두는 조국을 위한 마음으로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당시 호날두의 개인 주치의는 호날두에게 무리해서 경기에 나설 경우 선수 인생이 끝날 수 있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실제로 이때 입은 부상과 무리한 출전으로 호날두의 근력은 최고 수준에서 내려왔다.


꾸준하던 호날두도 부상으로 인한 근력 저하로 고생하고 있다.


호날두는 근육 보호를 위해 급속냉각기 등 고가의 기구도 구입했다. 고된 재활을 통해 다시 몸 상태를 끌어올렸으나 유로2016 대회 결승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다시금 근력 저하가 찾아왔다. 이 대회를 치르기 전에도 소속팀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대회 개막 전까지 몸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여전히 호날두의 운동 능력은 국제적인 수준이지만, 상대가 알고도 막지 못할 정도로 파괴적이었던 돌파력이 손상됐다.


호날두가 무릎과 허벅지 등 다리 근육 부상을 빈번하게 겪고 있는 것은 상대 수비의 거친 견제 탓도 있지만, 그의 강력해진 피지컬의 반대급부이기도 하다. 최고 속력을 내면서 달리기에, 그의 거대해진 체구는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주고 있다. 운동을 통해 보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부상을 입고, 나이를 먹으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더 커졌다.


이런 문제로 인해 요한 크라위프는 생전에 네이마르가 근육량을 늘리고 몸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란한 발재간과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마 호날두가 프로 데뷔 초기의 체형을 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부상으로 무릎 기능이 저하되는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호날두는 지금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로 진화했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 프로 통산 700경기, 호날두는 다시 변하고 있다


호날두는 현재 가진 능력만으로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다. 그러나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몇몇 부진한 경기에 심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호날두에게 이제는 골을 넣는 능력만 남았고, 최근에는 그마저도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날두가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결과를 냈기 때문에, 메시와 비교하면 롱런하기 어려운 선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호날두는 경기장 위에서 경기력으로 대답했다.

호날두는 나폴리와 경기에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5호 도움을 기록했다. 득점 보다 도움을 더 많이 기록하고 있는 시즌이다. 호날두는 현재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3-14시즌에 17득점으로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골 기록으로 득점왕이 됐고, 지난 2015-16시즌에도 16골을 기록하며 레알마드리드의 운데시마(11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첫 두 경기에서 득점한 이후 5경기에서 침묵했다. 이 5경기에서 5개의 도움을 올리며 다른 방식으로 기여했다. 나폴리전에 이어 지난 주말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도 호날두는 측면 지역으로 빠지며 예리한 크로스 패스와 스루 패스를 공급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점 패스와 상대 수비를 끌어주는 움직임을 포함하면 호날두가 레알마드리드의 득점 과정에 기여한 보이지 않는 헌신은 더 많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호날두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고립되고, 고전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전술적 역할에 변화를 줬다. 호날두의 달라진 플레이에 그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달라졌다. 골 욕심을 부리는 선수라는 왜곡된 시선이 사라지고 있다. 호날두는 자신이 솔로 플레이에만 능하다는 지적에, 또 다른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호날두는 상황에 따라 수비적으로도 적극 가담하고, 중앙 지역으로 이동해 예리한 스루패스를 공급하거나, 피딩 플레이로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창조적 도우미 역할도 충분히 잘 해낸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그랬다. 레알과 비교하면 동료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그런 역할에 더 많이 집중한 경기도 많았다.


호날두는 그가 레알에서 해온 득점에 집중된 플레이와 피지컬을 활용한 플레이로 인해 축구 지능과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호날두가 슈팅과 피지컬의 강점을 잘 활용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호날두의 가진 축구적 재능과 열정의 크기는 사람들의 상상 밖에 있다. 그것은 호날두가 쌓아온 700경기의 역사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스포르팅 2군 경기 시절의 기록을 제외하면, 호날두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2시 45분에 킥오프하는 발렌시아와의 스페인 라리가 경기를 통해 1군팀으로 700번째 경기에 도달한다. 호날두는 자신의 기량이 쇠퇴했다고 느끼면 은퇴하겠다고 했다. 마흔까지는 너끈히 뛸 수 있다고도 했다. 그가 마흔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안에 남겨진 메시지다. 호날두는 언제나 한계에 도전해왔다. 눈에 띄게 달라진 체형과, 새롭게 추가된 기술, 그리고 달라진 포지션까지. 늘 최적의 활약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꺼지지 않는 열정이 그 숫자 안에 담겨있다.


호날두는 이미 충분히 성공했고, 충분히 많은 돈을 가졌다. 누군가는 호날두가 ‘메시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메시의 기록을 넘기 위해 뛴다고 말하지만, 호날두가 진짜 싸우고 있는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최고의 자리에 여러번 오르고도 호날두의 '자가 동기 부여'는 여전하다.


호날두의 열정은 조금은 나태해질 수도, 혹은 느슨해질 수도 있는 자기 안의 또 다른 소리를 이겨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때로 그가 실수를 하고, 넘어지거나,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존중심은 손상되어선 안 된다. 호날두가 남긴 득점 기록이 아니라, 그가 남긴 출전 기록에 그의 성실함이 담겨있다. 그가 앞으로 쌓아갈 출전 기록들 모두, 그가 존경 받아야 할 이유다.




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431&aid=00000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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