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강제규의 과욕이 부른 참사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개봉전부터 280억원의 순제작비와 손익분기점 1000만 관객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흥행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톱스타들을 캐스팅했는데도 9일까지 관객 200만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박스오피스 순위 6위.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충무로의 재앙 ‘7광구’의 최종 스코어가 230만이었으니, 딱 그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의 평점은 6점대다.
흥행에 실패하자 '마이웨이'의 배급사 CJ 측은 4일 할리우드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와 '마이웨이'의 제작비를 비교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마이웨이’가 할리우드의 ‘라이언일병 구하기’나 ‘진주만’보다는 적은 돈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그래, 우리 영화 재미없는 것 알겠는데, 그래도 할리우드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에 비해 이정도 퀄리티 낸 거면 잘 만든 것 아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 최대의 영화 배급사이자, 거대 멀티플렉스 CGV를 거느린 CJ가 애써 이런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다니.
사실 ‘마이웨이’는 이 정도로 망할 영화는 아니었다. 최소한 ‘고지전’이나, 더 욕심을 부리면 ‘태극기 휘날리며’ 정도의 작품성은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강제규 감독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초고는 과거 CJ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던 김병인 작가가 썼다. 스케일이 너무 큰 영화라 김 작가는 영어로 시나리오를 썼고(원제는 D-DAY), 2007년 거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에서 투자와 제작 결정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걸 강제규 감독이 끼어들어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고치자 워너 측은 영화에서 손을 때버렸다. 워너 입장에서는 변형된 시나리오는 시장성 및 영화적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초고 작가인 나보다 본인의 이름이 크레디트에 오르길 바랐던 욕심이 있었던 같다. 그래서 내 초고에서 많은 것을 바꿨다. 당초 워너브라더스에서는 (마이웨이가) 한국과 일본에서 다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강 감독 버전으론 한국과 일본에서 다 안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강 감독은 초고에서 무엇을 얼마나 고쳤기에 영화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현재 영화 평론가들이나 기자들이 ‘마이웨이’에서 지적하는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장동건(준식)의 캐릭터다. 한국인조차도 공감하기 힘든,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러니 화려한 전투장면에도 불구,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해져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할 것>
1. 시나리오에 종대(김인권)는 없었다
초고에 종대(안똔)라는 캐릭터는 없고, 대신 장동건(준식)이 종대처럼 변하는 인물로 설정돼 있었다. 오다기리 조(타츠오)는 군국주의에 물든 일본군이지만 전투를 거듭하면서 차츰 전쟁의 참혹함을 알아가게 된다. 준식은 타츠오와 정반대로 변한다. 순박한 조선인 청년이었지만, 점점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광으로 변화한다. 즉, 주인공 두 명 모두 극이 흘러가면서 변해가는, 영화적으로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다.
영화의 주된 내용 역시 준식과 타츠오라는 두 인간의 이야기였지만, 강제규 감독은 이를 일본인 vs 조선인 구도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준식이 가진 가장 강한 개성을 빼버리고, 엉뚱하게 종대라는 인물을 만들어 전쟁으로 변화하는 인간의 역할을 모조리 맡겨버린다.(웃기게도 영화 개봉 후 김인권의 연기가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남은 건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기 밖에 모르는 순박한 조선 청년 준식.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도대체 장동건은 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또 끝없이 달리기만 한다.
2. 난데없이 등장한 판빙빙(쉬라이)
개인적으로 전쟁영화에서 미녀 저격수의 등장은 영화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미녀 저격수가 등장해서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를 못 봤기 때문이다. ‘고지전’에서도 김옥빈이 등장할 때마다 스토리가 조금씩 고지(산)로 올라갔다.
판빙빙의 출연은 영화 제작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워너의 투자가 무산된 이상, 어떻게든 강제규 감독은 돈을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자신이 시나리오를 고쳐서 투자가 무산됐으니) 판빙빙은 제작비의 10%를 직접 투자를 했다. 280억의 10%니 28억. 꽤 큰 돈이다. 그리고 강제규 감독은 갑작스럽게 미녀 저격수를 등장시킨다. 아마도 투자를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판빙빙은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분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연처럼 포스터에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를 곱씹어 봐도, 그녀가 왜 나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장동건이랑 키스라도 한번 했으면 몰라.
3. 타츠오는 준식의 여동생을 사랑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종대가 준식의 여동생(이연희)을 좋아하는 설정이다. 원래는 종대가 아닌(원래 종대는 없던 인물이므로) 오다기리 조가 이연희를 사랑하는 설정이다. 일본의 갑부집 아들이 조선인 머슴을 사랑하는 내용이니, 꽤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 설정도 바뀐다. 지금 ‘마이웨이’에서는 장동건이 오다기리 조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오다기리 조가 “그때 왜 날 살려줬느냐”며 묻지만, 장동건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면, 이는 너무나 간단하게 설명이 된다.
“미운 놈이지만 그래도 여동생의 남자니까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
‘마이웨이’를 두고 김병인 작가는 말한다. “한국영화계의 구조적인 모순을 봤다”고. 한국은 감독이 영화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스템이다. 감독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기에, 건물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이리저리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친다. 그러면서 영화가 엉망이 되는 것이다.
충무로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인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어렵게 투자자를 알아보고, 주연 배우를 물색하다보면 갑자기 이름 있는 감독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내가 연출을 할테니 시나리오를 넘기라고. 작가 입장에서는 황당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오히려 투자가 더 잘되며, 제작도 용이하다. 시나리오는 소설과 달리 아무리 잘 써도 영화화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의 손에 들려진 시나리오는 이리저리 휘둘리다, 결국 ‘마이웨이’ 같은 작품으로 탄생한다. 영화가 죽을 쑤고 있는 지금, 강제규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출처:
http://kr.celeb.yahoo.com/blogs/%EC%97%B0%EC%98%88%EA%B0%80-%EB%92%B7%EC%9D%B4%EC%95%BC%EA%B8%B0/entertainment-gossip413.html#mor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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