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제69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5회의 칸영화제 초청, 통산 6회 수상에 빛나는
이 시대 최고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걸작!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제일좋은것은 카메라예요. 예술은 피사체를 어떤 자리에 놓고 얼마나 오래 찍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다르덴형제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대가의 솜씨를 보여주죠. 시선의 깊이와 태도에서 감독을 주는 작법이예요."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바로 카메라다. 촬영에 관한 것만 두고 이야기했을 때 영화 예술은 결국 피사체를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찍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미니멀리즘적이며, 시선의 깊이와 태도가 진정한 거장의 그것이다. <자전거 탄 소년>의 첫 장면을 예를 들어 보면, 빨간 옷을 입은 아이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보이스 오버가 없고 근거리에서 촬영을 하고, 아이는 계속 전화에 매달리다가 갑자기 도망을 친다. 이 장면에서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어떤 정보도 없이 상황과 아이에만 집중되어 있다. 만약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영화의 첫 장면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진 않았을 것이다. 전화를 받고 있는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그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한 정보를 주게 마련이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마스터 쇼트’를 통해 배경적인 지식을 관객들한테 전달하는데, 다르덴 형제는 그런 관습적인 문법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자전거 탄 소년>의 경우에도, 등장인물이 대략 어떤 사람들인지 1-20분은 지나야 깨닫게 된다. 이런 카메라웍은 다르덴 형제 영화의 가장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연민과 속죄와 연결된다. 연민이란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르덴 형제가 인물과 사건을 대하는 방식은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아들> 같은 경우는 80분을 봐도 이게 어떤 내용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가 마지막 10분에서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자전거 탄 소년>의 전반부에서 다르덴 형제의 관심은 오직 아이에게만 집중돼있다. 사건과 주변인물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카메라가 아이를 보여주는 데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화면에서 잘려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상처 때문에 웅크리고 독기를 품고 있고, 혹은 외로워 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또한 사만다에 대한 접근에서도 다르덴 형제만의 방식이 드러난다.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은 일반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만다가 첫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가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병원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사만다는 “얘야, 좀 살살 잡아줄래?“ 라는 한 마디를 하고는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예술영화라도 중요한 인물을 설명할 때는 적어도 인서트 또는 전면 컷이 들어가게 되어있다. 사만다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육원 교사-시릴-사만다 세 사람이 등장하지만, 사만다의 얼굴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들은 그녀가 여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전통적인 드라마 작법과는 전혀 다른 작법이라고 볼 수 있다. 사만다가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시릴에게 자전거를 되찾아주는 장면부터이다. 그러나 그 장면에서도 사만다는 화면 밖에서만 존재하다가, 자전거를 찾았다는 말에 시릴이 반응을 보이면서부터 ‘아, 너도 있었구나?’라는 식으로 프레임에 등장한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카메라워크는 다르덴 형제가 인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에서 시릴, 시릴 아빠, 사만다가 담판을 짓는 장면에서 시릴을 식당 앞에 세워두고 시릴 아빠와 사만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최초로 시릴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장면부터는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만다가 된다. 이 영화는 결국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성장영화로 보는 방식이다. 그랬을 때는 시릴이 주인공일 것이다. 성장영화로 봤을 때 이 영화는 가장 감동적인 라스트씬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라면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아들과 재회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성장영화로 봤을 때 굉장한 감동이 있다. 성장영화라는 장르명이 영화를 보는 관점을 제한하는 장르명이기는 하나, 영화 속에서 내면이 성장하는 시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이 영화가 지닌 성장영화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또한 <자전거 탄 소년>은 연민과 안타까움이 카메라에 묻어있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멀리서 보여준다. 그런데 만약 이 영화가 끝까지 성장영화로 끝나야 하는 영화였다면 그 아이를 끝까지 잡았을 것인데, 결국 아이는 프레임아웃되고 빈 거리를 비추며 끝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엔딩에 대해 느낀 바는 “그 동안 이 아이에 대해서 걱정하셨죠. 이제 이 아이는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아이는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서 아마도 어렵겠지만,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교훈을 얻었을 거고 이제 그 교훈을 가끔씩 떠올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걱정 마세요 이제는”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게 이 영화의 절반이라면(성장영화에 대한 장르적 관점) 나머지는 사만다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만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성장영화로 본다면, <자전거 탄 소년>을 반쪽도 제대로 못 봤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영화가 성장영화였다면 카메라의 위치가 더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의 위치는 어른의 시선이다. 약간 내려다보고 찍는 카메라의 시선은 성장영화의 그것이 아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성장영화가 아니라는 형식적 증거라고 본다. 나는 이 영화가 사만다의 동기를 보여주지 않는 점이 무척 좋았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떠나 보내면서까지 시릴을 사랑하는 사만다에 대해 영화는 철저히 설명을 배제하고 있다. 다른 영화였다면 사만다의 이런 감정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만다가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이런 친절을 베푸는 것인지, 왜 이 여자가 그렇게까지 연민을 보이는지 관객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럼으로써 연민이라는 감정은 특정한 동기를 지닌 특정 인물의 것이 아니라 관객 모두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된다. 연민의 이유를 경험으로 축소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사만다가 어떤 트라우마가 있고 시릴을 구원해야 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캐릭터였다면 <자전거 탄 소년>은 인간이 가진 연민이라는 감정을 아주 크게 다룬 위대한 영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연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다. ‘연민’ 이라는 테마는 언제나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중요한 테마였지만 이 영화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가왔다. 특히 이제까지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속죄와 연민이 동시에 일어났었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되는 지점과 상대방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 항상 같았다. 그러나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 최초로 자신이 깨달은 죄와는 관계가 없는 연민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 영화 팬으로서 주목할 만한 측면들이 있었다. Q&A 관객: 감동적인 영화였다. 내가 알기로는 다르덴 형제가 영화음악을 원래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전거 탄 소년>에서는 최초로 영화음악을 썼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음악이 장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동진: 다르덴 형제는 음악을 안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이 밍량 감독 등이 음악을 안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큐멘터리 연출로 영화를 시작한 다르덴 형제에게 음악을 안 쓴다는 것은 그들의 영화철학과 뗄래야 뗄 수 없다. 이 영화는 음악을 사용한 최초의 다르덴 형제 영화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 2악장이 등장하는 장면은 시릴이 아버지에게 훔친 돈을 갖다 주고 다시 쫓겨날 때, 자해할 때, 마지막에 프레임아웃 됐을 때 등이다. 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흐르는 시점을 떠올려 보면, 다르덴 형제가 왜 음악을 사용했는지 분명해진다. 아마 이 음악은 위로의 측면에서 사용됐을 것이다. 다르덴 형제는 자신이 만들어온 형식을 바꿔서라도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관객: 소년이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강도를 당했던 부자(父子)가 조작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싶다. 이동진: 아마도 부자의 행위는 사만다의 행위와 비교가 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고, 자기 아들이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돌을 치울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는 그 아버지의 행위는 가족이 아닌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시릴을 사랑하는 사만다의 행위와 날카롭게 대조가 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 중 기존의 것과 비교해봐도 재미있다. 다르덴 형제는 기이할 정도로 가족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가족과 최악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다르덴 형제 영화가 거장 감독, 어른의 영화라고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의 영화 속에서 절망은 가족에게서 오는데 구원은 외부에서 온다는 점 때문이다. <자전거 탄 소년>의 사만다가 특히 대표적인 경우이고, 이 영화는 사회적인 책임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약자, 아웃사이더들에게 사회는 어때야 하는지 상기시키는 윤리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객: 첫 씬부터 시릴은 아버지와 자전거를 찾는 것에 대해 집착한다. 자전거를 찾은 다음 아버지를 찾다가 내쳐지고, 자전거를 훔쳐가는 아이를 따라갔다가 불량한 아이와 엮이게 되고, 마지막에 희망의 반전처럼 사만다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씬이 나온다. 소년에게 자전거가 무엇인지 한 줄 평을 듣고 싶고, 소년이 유난히 빨간 티셔츠를 많이 입고 나오는데, 소년에게 빨간색은 무엇인지 한 줄 평을 듣고 싶다. 이동진: 한 줄 평을 강요하시니(웃음) 소년이 집착하는 두 가지 대상인 자전거와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풀어보자면 아버지는 과거 (자신의 정체성), 자전거는 현재의 삶 (미래의 길로서의 삶)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는 성장영화로서 굉장한 상징을 가지게 된다. 영화에서 자전거는 오토바이와는 천지차이다. 자전거라는 것은 인간의 육체의 힘을 동력으로 하는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인간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전거는 쓰러지게 된다. 빨간 옷에 대해 대답하자면, 다르덴 형제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빨간 옷을 입는다. 세간에서 다르덴 형제는 좌파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다.(웃음) 이건 웃자고 하는 말이고, 실은 다르덴 형제 영화는 우파의 영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건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붉은 색 상의를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그들의 이상한 의상감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웃음)
'깐느영화제 트로피 수집이 취미?'
<로제타>는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는데 그 배우는 전문배우가 아니었음에도
수상을 했죠. 그 이후부터 다르덴 형제는 취미가 '깐느영화제 트로피 수집'이라고
적어도 될 정도로 깐느영화제에서 한 번도 빈손으로 간 적이 없어요.
15년간 말이죠. 재밌는 것은 그게 다 3년 간격이라는 거에요.
1999년 <로제타>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
2002년 <아들> 남우주연상
2005년 <더 차일드> 황금종려상
2008년 <로나의 침묵> 각본상
2011년 <자전거 탄 소년> 심사의원 대상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이나 황금종려상을 준 감독이 또 있었나 싶어요.
물론 두 번 받은 감독들은 있지만 제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거든요.
다르덴 영화는 비전문 배우들을 주로 썼었죠.
하지만 <자전거 탄 소년>에서는 캐스팅 방법도 이전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일단 여주인공 자체가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 중 한 명 이에요.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할리우드 작품들도 많이 찍고 있는 배우를 다르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는 자체가 무언가 달라진 감독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거죠.
<자전거 탄 소년>을 처음 착상하게 된 것은 다르덴 형제가
2002년 <아들> 개봉차 일본에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들은 실화라는 거에요.
그런데 이 이야기의 반쪽만 실화인 거죠. 나머지 반쪽 사만다에 대한 부분은 감독이
어떻게 만들까 스스로 고민하다가 그 인물을 만들어 두 인물을 결합시킨 거죠.
그 산물로 이 멋진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이 나왔다고 해요.
2011년 칸영화제는 다르덴 형제의 작품 <자전거 탄 소년>에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칸영화제를 뜨거운 기립박수로 뒤흔든 <자전거 탄 소년>은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 각본상 수상에 이어 런던영화제, 뉴욕영화제, 시카고영화제, 뮌헨영화제, 카를로비바리영화제 등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만장일치의 극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제69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오는 1월 15일 열리는 시상식의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다르덴 형제가 이 시대 최고의 거장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는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이 공동으로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맡고 있다.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1987년 첫 장편극영화 <거짓>을 연출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감독답게, 진지한 사회적 주제, 핸드헬드 카메라, 비전문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 등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네 번째 장편 <로제타>(1999)로 제5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만든 모든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2년작 <아들>은 제55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3년 뒤 2005년작 <더 차일드>로 생애 두 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로나의 침묵>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최신작 <자전거 탄 소년>까지, 다르덴 형제는 칸영화제 5개 부문 6회 수상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전거 탄 소년>은 2011년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희망과 구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는 영화. 값싼 감상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놀라운 연민과 통찰과 감동을 선사하는 다르덴 형제 최고의 걸작_The Hollywood Reporter“, “다르덴 형제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걸까?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감동의 걸작!_Telegraph”, ”유년과 성장을 다룬 영화들 중 최고의 걸작!_Screen”,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가슴 미어지는 감동! 1초도 눈을 뗄 수 없다!_ Salon.com”,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영화 _The New York Times”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만장일치의 극찬을 받았다. <자전거 탄 소년>은 희망, 구원, 연민, 용서, 친절함 등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현대의 동화와도 같은 작품이지만, 그 주제에 도달하는 방식은 전혀 감상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의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진귀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과는 달리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는 엔딩과 극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인해 그들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기경험이 전무한 소년‘토마 도레’
벨기에 출신 톱스타‘세실 드 프랑스’
그리고 <더 차일드>의 ‘제레미 레니에’가 펼치는
완벽한 연기 앙상블!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 영화의 정수가 담겨있으면서도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소들이 담겨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로제타>에서 무명의 신인 배우 에밀리 드켄을 타이틀 롤에 캐스팅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게 했던 다르덴 형제는 연기경험이 없는 비전문 배우를 기용해 놀랄 만큼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전거 탄 소년>의 타이틀 롤을 맡은 소년 토마 도레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다르덴 형제는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신문에 11살 소년인 주인공 캐스팅 오디션에 대한 광고를 냈고, 이를 우연히 보고 오디션에 참가한 13세 소년 ‘토마 도레’는 100대 1이 넘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시릴’ 역할로 낙점 받았다. 다르덴 형제는 사려 깊은 디렉팅으로 토마 도레의 연기를 세심하게 다듬어서, 한 마리의 투견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완벽한 ‘시릴’을 탄생시켰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절망감과 더불어, 쉴새 없이 뛰고 넘어지고 떨어지는 강도 높은 ‘액션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13살 소년 토마 도레는 칸영화제에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벨기에 대표 여배우 ‘세실 드 프랑스’를 캐스팅한 점은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의외성이다. ‘세실 드 프랑스’는 <히어애프터>,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사랑은 타이밍!>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여배우로, 벨기에 출신이지만 프랑스와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톱스타다. 다르덴 형제는 시나리오를 완성한 직후 ‘사만다’를 연기할 배우로 세실 드 프랑스를 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생애 최고의 영광”이라고 밝힐 정도로 다르덴 형제를 존경한다는 세실 드 프랑스는 그들의 제안에 뛸 듯이 기뻐하며 흔쾌히 수락했고, 강인함과 자상함을 한 몸에 갖춘 여성 ‘사만다’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불어권 관객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지만, 늘 프랑스 영화에 출연해 프랑스 액센트로 연기했던 그녀는 모국인 벨기에의 도시 세렝을 배경으로 한 <자전거 탄 소년>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벨기에 액센트를 유감없이 활용해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배우가 등장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릴’을 보육원에 맡기는 아버지 ‘기 카툴’ 역을 맡은 제레미 레니에다. 다르덴 형제의 <약속>(1996)으로 데뷔한 이후 그들과 네 작품을 함께 한 제레미 레니에는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2006)에서 철없고 책임감 없는 젊은 아버지 브루노 역할을 맡아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혹자는 <더 차일드>의 철없는 아버지가 세월이 흘러 <자전거 탄 소년>의 ‘기 카툴’이 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기 카툴’의 캐릭터는 <더 차일드>의 주인공 브루노를 환기시키는 면이 강하다. <더 차일드>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두 영화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릴을 중심으로 삼각형 구도를 그리는 세 사람의 관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천부적 재능과 수많은 리허설을 통해 완성된 그들의 사실적인 연기는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슴 조이는 긴장감과 감동의 원천이다.
연민과 용서가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희망과 구원의 힘을 믿는 <자전거 탄 소년>
<약속><로제타><아들><더 차일드><로나의 침묵> 등의 전작들에서 다르덴 형제는 사회의 그늘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조명해왔다. 사회적 조건이 야기한 불행과 절망을 다루면서도 다르덴 형제는 희망과 구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자전거 탄 소년>의 시릴 역시 마찬가지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년 시릴은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다. 소중히 여기는 자전거마저 아버지가 팔아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릴은 그 자전거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속에서 시릴의 별명처럼, 시릴의 집요하고 거침없는 행동은 마치 ‘투견(핏불)’과도 같다고 다르덴 형제는 설명한다. 쉴 새 없이 뛰고 넘어지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시릴이지만, 그런 그의 삶에도 한줄기 희망과 구원의 빛이 비춘다. 바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만다이다. 미용실 주인인 사만다는 시릴의 자전거를 되찾아주고, 아버지도 함께 찾아주는 등 아무런 이유와 조건 없이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시릴이 아무리 엇나가고 도망쳐도 결코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전혀 설명되지 않는 사만다의 친절과 연민의 속내를 애써 헤아리고자 노력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만다의 눈으로 시릴을 바라보게 된다. 극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엔딩 크레딧에서 다시 한번 들릴 때, 우리는 ‘희망’의 구체적인 실체를 엿본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로서는 최초로 음악이 삽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다르덴 형제는 ‘시릴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만 음악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들의 의도처럼, 베토벤이 흘러나오는 순간마다 관객들은 시릴이 받는 위로를 함께 나누는 듯한 감정적 체험을 하게 된다.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가 2002년 <아들>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상된 작품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실화를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다르덴 형제는 난관에 부딪쳤고, 그 난관을 해결하게 된 계기는 바로 사만다의 캐릭터를 생각해내면서였다. 그만큼 사만다의 캐릭터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육화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민과 용서가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연민과 용서가 없는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자전거 탄 소년>은 그에 대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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