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는 순간 꿈은 사라져" 30대 직장인 김씨의 비망록
오늘은 일찍 귀가했다. 오랜만에 아내, 4살 된 딸과 함께 치킨을 주문해 먹었다. 힘든 직장생활에서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때가 가족들과 오붓하게 치킨을 먹을 때다. 내가 번 돈으로 맛있는 걸 먹으며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치킨 타임이 나는 가장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러나 이런 날은 한 달에 서너 번 뿐이다.
내일 아침 또 다시 전쟁터 같은 일터에 나가야 한다. 내일 역시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해서 거래처 영업과 야근, 회식을 거쳐 새벽에 퇴근하게 되겠지. 따져보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만 하루 12~14시간이다. 가끔씩 일이란 나에게 무엇인지 묻곤한다. 일이란 건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너무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선을 그어 봐도 허탈한 마음을 달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일을 위해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내 인생의 대부분이 수단화되고 있는 셈이다.
어렵게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뒤 기나긴 학생 시절을 접고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돈을 벌어 부모님 용돈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 서른을 넘어서는 가정도 꾸렸다. 내게도 아내가 생겼고, 아이도 낳아서 잘 키우고 있다. 회사에서도 어엿한 조직원으로 역할을 해왔다.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건 40대 팀장과 50대 임원이지만 그 일을 실행에 옮기는 건 나같은 30대 직원들이다. 그래서 나에겐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미래를 위해서도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주말 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엘 간다. 전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30을 넘으면서는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즐겁게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금 하는 일에는 지금의 공부가 필요 없지만 나중에 이직하게 된다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준비를 해두는 차원이다. 많이 준비를 해두면 나중에 그만큼의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AOD0]그러나 나에게 미래가 있는지 정말이지 모르겠다.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는 온종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사표를 쓴 적도 있었다. 가장 그만두고 싶을 때는 인간적으로 괴로울 때다. 사람들이 오로지 결과만을 보고 나를 깎아내릴 때 그만두고 싶어진다. 내가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닌데. 그럴 때면 회사에 대한 정이 싹 사라진다.
특히, 신입사원 때에는 많이 힘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인가 수없이 반문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밖에서 바라봤던 직장인과 나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난 회사에 입사하면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한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는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그러들었다. 나도 몰래 나 자신과 타협을 봤던 것 같다. 이제 여길 그만두고 내 꿈을 찾아 떠날 수 없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안다.
난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월급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벌이로 생활비 내고 이것저것 내다보면 미래를 준비할 돈이 없다. 기껏 하는 것이 국민연금, 퇴직연금, 40만~50만원 적금이 나의 미래를 대비해주는 장치들의 전부다. 직급이 올라가면 과연 수입이 늘까? 부양할 가족을 생각하면 그것도 회의적이다.
나의 꿈은 단순히 직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원치 않아도 직장인이 돼 있다. 직장에 들어온 순간 나의 꿈은 사라진 것이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벌써 꿈이란 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물론 이런 생각 자체를 할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꿈이라는 끈을 놓고 싶진 않다. 그걸 놓는 순간 내 삶은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게 남은 희망이다.
http://news.nate.com/view/20120404n01937&mid=n0308&cid=3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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