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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퇴근길

Flyturtle Studio 2013. 3. 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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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회사 건물 밖으로 나서려 할 때면


회전문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에


'언제 이렇게 또 시간이 갔나' 싶다.





매번 아침일찍 출근하고, 해가 떠 있을 때는 사무실에 콕 박혀 그저 창문으로 바깥만 봤으니까.


무거운 회전문을 돌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아직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찬 공기지만,


온풍기와 먼지로 탁한 사무실 공기보다 몇 배 더 상쾌해 참 좋다.





평소와는 다르게 느긋한 걸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하며 사람들을 보는데,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메세지 보내면서 걷는 사람.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걷는 사람.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어딘가로 열심히 뛰는 사람.


가지각색인데, 표정들은 하나같이 다들 무표정.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 새 지하철역 출구.


그리고 코 끝을 스치는 고소한 호두과자 냄새.


늘상 느끼는 거지만, 왜 호두과자는 지하철 출구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걸까.


예전에는 냄새에 못이기는 척 몇 번 사먹었는데, 이제는 그냥 냄새맡는 것으로 만족한다.





계단을 내려가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가려는데,


옆에서 '덜컹' 소리가 나며 


"삐삐삐삐" 하는 경고음이 난다.





"아이고...이거 찍었는데 왜 이래...???"





머리가 다 벗겨진 40대정도로 보이는 아저씨.


지하철광고에서 찍고 1,2초 정도 기다렸다가 타라고 몇번이나 나오는데, 왜들 그리 급한건지.





그러려니 하고 계단으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마침 운 좋게도 내가 탈 열차가 딱 들어와있었다.





'이번 거 타면 되겠구나' 싶어 내려가는데,


뒤에서 우르르 밀려오는 사람들.


반쯤 밀려서 겨우 계단을 내려왔더니, 이제는 타는게 문제다.


전동차, 스크린 도어가 먼저 닫히느냐, 아니면 한 발이라도 먼저 빨리 뛰어드는 승객들이냐.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스크린 도어가 빨랐다.





이럴 때는 망설임없이 '다음 열차 타자' 하고 포기하는데.


아주머니들은 그렇지 않나보다.


열리지 않는 스크린 도어를 괜히 손바닥으로 툭툭 쳐보시는 분도 있고,


멋쩍으셨는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시는 분도 계시네.





피식 웃으면서 이어폰을 꺼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다음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분명 다음 열차도 사람으로 꽉 차 있어서 부대낄 게 뻔하지만.


그래도 집에 가는 길이니 그정도는 참지 뭐.




 




기다렸다 탄 다음 열차.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거나,


나이드신 분들은 신문을 보기도 하고, 졸기도 하신다.


사람이 적은 왼쪽 문 기둥에 기대어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지만, 어차피 컴컴한 터널이라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맞은편 사람들이 비칠 뿐.




어쩌다가 유리창에 반사된 사람이랑 눈 마주치면 그것만큼 뻘쭘한 것도 없더라.




 



역을 지나치며 사람들이 타고, 내리길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내릴 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카드를 찍고 올라오니 아까보다 훨씬 더 컴컴해진 바깥.





문득 '오늘도 이렇게 가는구나, 오늘 뭐 했나' 싶어 마음이 좀 씁쓸하다.





언제까지나 회사를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뭐 장사할 수완이나 밑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쯤 푸념섞인 생각을 하다 문득 눈에 들어온 가판대.


'로또 명당, 2등 XX명 당첨' 하는 문구.


'재미로 해 보지 뭐' 하면서 지갑을 열어 구깃한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자동이요~"





무표정한 모습으로 덤덤하게 로또를 건네주는 아저씨.





'됐으면 좋겠다, 1등 되면 뭐 하지? 더러운 회사나 때려치고, 차나 한 대 뽑아서 여행이나 가자~'


'친구들한테 거하게 한 턱 쏘기도 해야겠지~' 하면서 


온갖 상상을 하다보니 집 앞.





현관을 열고 들어오니, 나를 맞이하는 건 바깥보다 훨씬 어두운 내 방.


출근할 때 그렇게 바라던 퇴근이고,


퇴근하고 나서 사람에 치여가며 돌아온 집인데


왠지 마음이 먹먹하니 외롭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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