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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다음 합병의 의미와 생존 전략

Flyturtle Studio 2014. 7. 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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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 다음 합병의 의미와 생존 전략

메신저가 콘텐츠를 만나

골리앗과 싸울 준비~ 끝!

백강녕 / 조선일보 산업2부 차장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가 지난 5월말 국내 2위 포털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사실상 흡수합병했다. 그 결과 다음카카오란 거대 온라인 기업이 탄생했다. 이번 기업 결합은 정보기술(IT) 업계의 권력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다음의 2배가 넘기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주도권은 카카오 김범수 의장에게 넘어갔다. 지난 1995년 이재웅 창업자가 탄생시킨 다음은 한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최대 포털이었던 다음은 2005년 네이버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던 한국 인터넷 업계 전통의 강자다. 

  반면 2006년 말 김범수 의장이 창업한 카카오는 순식간에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휩쓸었지만 2012년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한 회사다. 그러나 실적은 좋은 편이다. 2012년 수십억 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13년에는 약 7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어쨌든 이번 인수합병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격이다. 한국 인터넷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인 다음을 신생기업인 카카오가 삼킨 것은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 

  또 이번 인수합병으로 다음 이재웅 창업자는 사실상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재웅 창업자는 다음의 지분 14.16%만 갖고 있다. 이재웅 창업자의 어머니인 박은숙 씨가 가진 지분 0.48%를 합친 숫자다. 김범수 의장이 14.16% 이상의 지분만 확보하면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로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회사를 합쳐 카카오 지분 53.6%를 갖고 있다. 즉 김범수 의장은 안정적으로 신생 다음카카오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양사는 국내 인터넷·모바일 사업을 과점하고 있는 네이버에 필적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을 인수·합병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양사의 합병으로 네이버(시총 약 25조 5,000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시가총액 4조 원이 넘는 거대 인터넷 기업이 탄생한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시장과 게임 플랫폼에서는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검색·광고·콘텐츠 쪽은 기존 포털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콘텐츠와 검색, 광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이메일,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한 다음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포털 업체인 다음커뮤케이션의 최세훈 대표(왼쪽)와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공동의 적 앞에 상부상조 

다음은 사실상 네이버와 경쟁을 포기한 상태였다. 주요 수입원인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의 4분의 1 수준이다. 마이피플이란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었지만,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과 카카오톡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다. 다음은 카카오를 통해 한 방에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카카오에게 이번 인수합병은 어떤 의미에서 우회상장이다. 원래 카카오는 내년 5월 IPO(기업공

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성장률이 예전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최고기술책임자(CTO)나 게임사업 책임자가 회사를 떠나는 등 내부 동요도 있었다. 카카오 입장에선 상장을 서둘러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회상장이라는 편법을

택한 것이다. 

  카카오가 다음과 손을 잡은 이유는 다음이 우회상장하기 좋은 여건을 가진 인터넷 기업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가 상장사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장사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야 한다. 최근

다음의 실적이 급락한데다가 이재웅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다. 

  또 네이버란 공통의 적이 있어 명분도 있었다. 올해 카카오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면 내년 기업공개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상대로 기업공개를 해도 들어올 돈은 3,000억 원 수준이란 평가였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마케팅에 올해 2,000억 원을 쓸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00억 원이었던 라인 마케팅 비용이 올해 2배 늘어난 것이다. 경쟁상대인 중국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마케팅에 올해 4,000억 원을 퍼붓는다. 네이버는 내년엔 라인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3,000억 원은 큰돈이지만 경쟁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거액은 아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판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카카오는 우회상장을 통해 빨리 시장에 진입해 승부를 내기로 한 것이다. 신생 법인 다음카카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회사는 말 그대로 과도기다. 다음카카오의 이사회 구성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다음카카오 통합법인 이사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포함한 16명 등기이사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10월 출범 예정인 다음카카오 통합 이사회에 현재 카카오 등기이사 9명 전원과 다음 등 기이사 7명 전원이 등기이사로 등재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두 회사를 물리적으로 합쳐 놓은 형태다. 현재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회사 등기이사지만 다음 이재웅 창업자는 등기이사를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상태다. 숫자나 지분으로 보면 다음카

카오의 최고 의사결정체인 통합이사회는 카카오 출신 이사들이 주도권을 행사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4명이다. 국내외 직원 숫자가 30만 명에 달하지만 등 기이사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사장 4명에 불과한 것이다. 누가 봐도 등기이사 16명은 과도하다. 조직을 재편 정비할 시간이 없어 두 조직을 그대로 합쳐 놓은 것이다. 수학의 세계에선 1 더하기 1은 2다. 그러나 실생활에선 1 더하기 1이 반드시 2란 보장이 없다. 특히 경영, 기업의 세계에선 두 조직을 하나로 합쳤을 때 ‘1+1=1’이나 ‘1+1=3’이 흔히 나온다.



카카오에게 이번 인수합병은 어떤 의미에서 우회상장이다. 원래 카카

오는 내년 5월 기업공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성장률이 예

전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회상장이라는 편법을 택한 것이다.



통합효과 아직 장담하기 힘들어

두 조직이 모여 갈등이 생겨 불협화음이 나면 통합 전보다 못한 실적을 내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서로 결점을 보완해 전에 없었던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아직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다. 그러나 현재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보면 다음카카오의 현재 모습은 ‘1+1=2’를 단기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하다. 두 회사는 통합법인 출범 이전에는 중복 업무와 조직 구조조정 작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다음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마이피플은 카카오톡과 명백히 겹치는 서비스지만 통합법인 출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한다. 이석우 대표는 “메신저의 경우 통합이 힘들기 때문에 사용자들을 위해 마이피플 서비스를 유지할 생각”이라

고 말했다. 또 합병 이전에는 조직 개편도 없다는 것이 양사의 입장이다.

  보통 두 회사가 합병 직후 가장 먼저 일어나는 조직 개편은 재무책임자 교체다. 합병을 주도한 쪽이 합병한 회사의 재무책임자(CFO)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권기수 CFO는 현재 등기이사로 새 법인 출범 후에도 등기이사 자리를 보장받은 상태다. 다음측 관계자는 “전략기획총괄을 맡은 권CFO가 다음을 대표해 이번 인수합병 작업에 참여했다”며 “교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일단 지금은 다음과 카카오 두 조직이 서로 과거처럼 자기 역할을 하는 단계다.

  단순히 두 회사를 합치는 물리적 변화는 고통스런 과정이 없었다. 그러나 화학적 변화는 다르다. 조직 문화의 충돌이 일어나고 충격을 견디지 못한 임직원 일부는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 아직 다음카카오는 감원이나 구조조정을 시도하지는 않고있다. 그러나 10월 통합법인 출범을 기점으로 두 조직은 화학적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면 대성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결과를 볼 수도 있다.

  신설 다음카카오는 다음이 가진 지도 등 생활 서비스와 뉴스 등 정보 서비스를 모바일화하는 작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김범수 의장은 합병을 발표한 26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다음카카오가 주력할 분야로 정보와 생활 콘텐츠를 꼽았다.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대표적인 생활 콘텐츠는 지도, 정보콘텐츠는 뉴스”라고 설명했다. 지도와 뉴스는 다음이 네이버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이런 뉴스와 지도 같은 콘텐츠를 모바일에 적합하게 바꿔 카카오톡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네이버와 대결의 승패에 달려 있는 것이다.


김범수 의장 경영 복귀 최대 관심

현재 업계의 최고 관심사는 김범수 의장이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을 맡을 것인가이다. 김 의장은 회사 주요 의사 결정에는 빠짐없이 참여하지만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 출근하는 김 의장은 5월27일 가족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네이버에서 퇴직했을 때도 가족과 함께 장기 해외여행을 한 뒤 본격적으로 새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이번 여행도 향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를 다지는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성공한 벤처 1세대들은 현업을 떠나 배후에서 회사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의장’경영이다. 2000년대 중반 안철수 의원이 대표이사에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직만 수행하기 시작한 이후 주요 IT기업 창업자나 최대 주주가 최고경영자(CEO) 직함을 버리고 의장 혹은 대주주로만 활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이재웅 창업자, 네이버 이해진 의장, 김범수 의장 등이 그런 예다.

  신생 다음카카오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최고경영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 이외에는 없다는 평가다. 김 의장은 2000년대 NHN, 2010년대엔카카오로 잇달아 성공신화를 만든 인물이다.




월간 <신문과방송>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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