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의 실패는 뼈아프지만 강동원에게는 좋은 약이 됐다.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변화와 변신에 일가견 있는 강동원이라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했을 모험이다.
개봉 전부터 1000만 프로젝트라 불린 '마스터(조의석 감독)' 역시 어떻게 보면 뻔하고 가장 매력없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형사 캐릭터와 탄탄한 시나리오에 이끌렸다고 한다. 선배 이병헌과의 만족도 높은 첫 호흡을 위해 '뒷조사'까지 감행한 노력은 강동원의 열정이자 애정이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 스스로는 자신감에 많이 차 있다고 생각하나.
"난 데뷔 때부터 성격이 좀 남자는 자신감이 없어도 자신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의였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중 한 명이 그런 스타일이 있었다. 한국 사회는 '항상 겸손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친구는 좋아하는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확신에 차 말하더라. 그게 안 겸손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아 보였다."
- 영향을 받은 것인가.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는 교육 자체가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 친구를 보고 달라진 생각들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해도 되는구나.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해도 되는구나' 싶더라."
- 연기자에게는 더욱 필요한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현장에 있다 보면 무조건 겸손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배려는 당연히 해야하지만 겸손은 또 다른 문제다. 마냥 겸손할 필요만은 없는 것 같다. 겸손하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수십, 수백명이 바라보는 곳에서 연기를 하려면 있는 자신감 없는 자신감을 다 끌어내야 한다. 겸손하기만 하면 주눅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 일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영화는 이제 하나의 취미가 됐다. 일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 '우리 이런 이런 내용으로 뭐 만들자~'라면서 시놉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인물,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일 중독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는데 집에 있으면 나가기가 싫다. 촬영 가야 한다고 하면 '아, 가기 싫어~'라고 하기는 한다.(웃음) 일 자체가 특수 직업이라 그런지 재미있다. 그리고 이젠 스트레스도 크게 안 받는다."
-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건 신의 직장 아닌가.
"내 친구 중에 굉장히 프로패셔널하게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항상 보면 노는 것 같다. 근데 결과물은 좋다.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친구다. 그 친구에게 '너도 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냐? 노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 참 일을 잘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막 웃으면서 '야, 너도 똑같애. 맨날 놀잖아'라고 하더라."
- 인정했나.
"아니. 그래서 '아닌데? 나 맨날 일 하는데?'라고 반박했다. 그 땐 그렇게 확신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현장에서 꽤 놀고 있는 편이긴 하더라.(웃음) 엄청 힘든 신이 있어도 계속 농담하다가 찍을 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성격인 것 같기도 하다."
-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
"캐릭터 설정을 잡고 디자인 할 때 쉽게 쉽게 잡는 편이다. 그렇게 잡고 나면 스트레스가 없다. '이 인물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그래 그런 인물이지~' 하면 그 이후부터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 이과 성향이 그럴 때 발휘되는 것일까.
"그런가? 친구들 중에는 '넌 100% 예체능인데 왜 이과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수학도 어릴 때는 잘했는데 커서는 그렇게 잘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고. 다만 설계를 끝내면 그냥 그대로 딱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 촬영을 하다보면 부딪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감독님이 '이렇게 이렇게 하자'라고 했을 때 '왜 그렇게 하라는거지?'라는 의심은 잠깐 할 수 있지만 타당한 것은 무조건 한다. 크게 문제가 없다면 '네 그렇게 하죠'라고 답한다. 하지만 뼈대를 건드린다 치면 그 때부터 토론에 들어간다."
- 데뷔 13년 차다.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있다면.
"20대 중·후반 즈음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실 흔히 말하는 슬럼프는 없었고 작품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좀 사람이 싫었던 시기가 있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는거야. 그 때 힘들었다. 근데 그것도 극복하고 나니까 별로 신경이 안 쓰이게 되더라. 이젠 '그러던가 말던가' 한다."
- 어떻게 극복했나.
계속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어느 정도 무시할 부분은 무시하고 '이런 사람들은 거칠게 다뤄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손바닥 뒤집듯이 말 바꾸는 사람들은 절대 동업자로 취급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이용하려고만 하니까 속상했다. 인간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니까 상처받을 일도 없더라."
- 사람보는 눈도 달라지던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어? 이 사람 그 때 그 사람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팍 들면 약간 거리를 두게 된다. 관상까지는 아닌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진실된 사람은 얼굴을 통해 다 보이더라. 그래서 사람의 눈과 표정을 좀 많이 지켜본다. '이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 그렇게 찾은 내 사람들은 남다르겠다.
"진짜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더 더 잘하게 된다. 내가 원래 통계·수치 같은 것을 계산할 때 최고 맥스로 잡고 간다. 무한대로 설정하고 극단적으로 놓고 본다. 시간·돈 전부 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끝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결국 죽을 때가 아닐까. '이 사람들과는 나이 들어서도 모여서 술 마시고 이야기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어떤가.
"사장님은 1년에 한 번 만나는 대학 동창보다는 많이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다.(웃음) 예전에 한 번 '못 믿는다'고 했더니 '우리가 그런 사이냐'면서 많이 섭섭해 하셨다. 원래 내가 누굴 믿는다는 말을 잘 안하고 못한다. 근데 사장님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분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지금까지 나와 했던 약속은 다 지켜 주셨다. 믿는다."
-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행복한게 좋다. 신년 소원을 적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도 같이 행복하게 해주세요'라는 마음을 늘 품고 있다. 예전에는 '각자 자기 인생 사는거지' 싶었는데 지금은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챙겨야지'라는 마인드로 변했다. 모두가 행복해져서 나도 행복해지는 이상적인 욕구와 욕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이렇게 힘든데 나만 행복하고 싶지는 않다. 갈 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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