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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수리 자격증 1000만원에 거래

Flyturtle Studio 2013. 11. 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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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 불법 임대 '오랜 관행'


"다수의 기술자들 빌려줘"


문화재 부실 관리로 이어져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안 해




“한 번도 현장에서 일한 적이 없다.”


경북 경주시 문화재 수리 업체에 근무하는 문화재 기술자 P씨의 말이다. 본인의 신분 보호를 위해 익명을 요구한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격증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기도의 한 종합건설에 수리기술자로 등록된 L씨의 말도 비슷했다. “일이 있을 때만 나간다”고 했다. 저명한 단청기술자 P씨도 “매일 출퇴근하지 않고 일이 생길 때만 회사로 가는데 월급은 매달 받는다”고 밝혔다.


문화재 수리·보존 현장은 복마전(伏魔殿)이었다. 문화재 기술자들이 자격증 불법 임대로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다. 문화재 관리의 가장 밑바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8일까지 10여 일에 걸쳐 제보를 통해 확보한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 보유자 20여 명 및 이들을 고용한 회사를 취재한 결과다. 해당 20여 명은 전체 자격증 보유자 1500여 명의 극히 일부이지만 불법·편법이 판치는 문화재 관리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격증 사고팔기’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10조 3항에 위배된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 수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47조 7항은 이럴 경우 자격을 취소할 것을 규정한다. 문화재 수리업체들은 최소 1명(전문업체), 4명(종합업체)의 기술자를 정식 채용해야 한다. 노무법인 지안의 유정수 노무사는 “일이 있을 때만 출근하면 사실상의 도급(수급)관계다. 이는 정식 채용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기술자도 있었다. 경기도 보수 단청업체인 ㄱ건설에 소속된 B씨는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확인 결과 공사는 2주 전에 끝난 상태였다. 분당에 거주하는 H씨는 제주도의 보수 단청업체에 등록돼 있다. 그는 “그 회사에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고 했으나 업체에 전화를 걸자 “현장에 나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 단청수리기술자는 “많은 기술자들이 자격증을 불법 임대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임대료는 단청 분야는 연 1000만~1300만원, 보수·조경·보존과학 분야는 연 2500만~3000만원을 월급·연봉 형태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업체를 경영하는 C씨도 “일이 없는 시즌에는 일이 있는 회사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개당 월 4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정릉동 정릉(貞陵)의 재실(齋室·제사를 지내는 집) 복원 현장에서 만난 수리업체 직원 R씨는 “회사에서 단청 기술자 두 명을 임대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수리업체 기술자 현황’에 따르면 이 회사의 기술자는 4명이다. 현재 자격증을 임대 중인 G씨는 “회사가 자격증 원본을 이리저리 돌리기 때문에 본인도 현재 어디에 소속돼 있는지 모를 정도다. 깨끗하게 영업하는 사람은 적다”고 털어놓았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C대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문화재 수리·보수 부실의 핵심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자격증 임대비 빼고, 이윤 빼고 남은 돈으로 문화재 수리"



그는 “하도급 단계에서 돈이 깎이고 그중 먼저 ‘명의 임대비’로 1억~1억5000만원, 이윤 10% 등을 빼고 남은 돈으로 재료와 진짜 공사에 들어가는 돈을 써야 하니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매년 하반기에 자격증 합격자 발표가 있으면 이들을 잡으려고 수리 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이들 사이에 합격자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도 문제다. 소속회사·기술자에 대한 목록은 갖고 있지만 실제 업무실태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이만희 사무관은 “한 번도 조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달 문화재청에 광화문·숭례문 복원에 참여한 기술자들의 급여명세서 및 4대 보험 가입 현황을 요청했으나 “해당 회사에 문의한 결과 관련 자료들은 없다”는 답만 들어야 했다. 2008년에는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에 있는 이모씨 등 6명이 학생 신분으로 기술자 자격증을 경북 영주에 있는 회사에 빌려주고 월급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었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http://joongang.joins.com/article/298/13089298.html?ref=mob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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